'개 웃음 HHH' 들려줬더니…이런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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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는 질투가 심해 평소에는 다른 강아지를 안지 못하게 했거든요. 그런데 개 웃음소리를 들려주니까 조용히 있어요. 문제가 있는 강아지들에게 (개 웃음소리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최금춘)

최근 SBS ‘TV동물농장’ 시청자 게시판에 ‘개 웃음소리를 들려줬더니…’에 대한 반응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11일 SBS ‘TV동물농장’은 ‘개도 웃는다’를 주제로 이색적인 실험을 했다. 개의 웃음소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또 있다면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등에 대해서다.

미국의 자연사학자 제이크 페이지는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개가 짧고 빠르게 헐떡거리는 것이 웃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HHHHH(흐흐흐흐흐)’라는 소리라고 한다. 이 소리에 개가 달릴 때의 헐떡거림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뭔가’가 있다는 것. 제작진은 숭실대 배명진 교수(소리공학 연구소)와 함께 개 목소리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평소의 개 숨소리는 1000~2000㎐대의 중음성분이 잡히지만 즐거울 때 내는 웃음소리에는 2000㎐ 이상의 고음성분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또 개 웃음소리가 다른 개들에게 웃음을 전염시킨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종류, 성별, 나이 불문하고 전국에서 ‘잘 웃는다’고 소문난 개 9마리의 웃음소리를 채집해 1분20초 가량의 음원으로 편집했다. 보기만 하면 싸우고 짖는 폭스테리어 가족 네 마리에게 이 음원을 들려준 결과 서로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고 웃음소리에만 집중했다. 양처럼 온순해진 4마리는 꼬리를 흔들며 주인에게 달려가 애교를 부렸다. 또 이름 모를 병에 걸려 걸음조차 떼지 못하는 요크셔테리어에게 이 음원을 들려주자 주인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이후 TV동물농장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음원을 다운받게 해달라는 애견가들의 요청 댓글이 끊이지 않았다. 제작진은 지난 23일부터 한 달간 ‘개 웃음소리’ 음원을 판매하기로 했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이덕건 PD는 “방송 후 시청자의 댓글이 쇄도해 논의 끝에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음원 가격은 500원, 수익금은 전액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제작진은 음원 판매를 시작하며 공지를 내보냈다. “100% 치료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견종의 차이, 개체의 특성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음원을 다운받은 애견가들은 각자가 실험한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이 없다’는 사람도 다수였지만 개중에는 상당수가 ‘반응이 온다’는 내용이었다.

“잠자던 강아지가 귀를 쫑긋 세우고 호기심 왕성한 눈으로 스피커 앞쪽으로 다가가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갑자기 신났는지 막 뛰기 시작했다. 개가 말은 안해도 신나는게 한눈에 보인다.”(김현주)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음원을 구입해 들려줬는데 집에서 눈만 깜박이고 있던 우리 아기가 이 소리를 듣더니 벌떡 일어나 ‘헥헥’거리며 웃는다. 계속 들려주니 반응이 줄어들긴 했다.”(최혜규)
“우리집 강아지는 얌전한 편인데 밤 12시에 음원을 들려줬더니 귀를 쫑긋쫑긋 세우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일어나서는 엄마와 내가 있는 쪽을 보고 ‘HHHHH’ 이렇게 웃었다. 15초 정도 웃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하원정)
“평소 때보다 더 심하게 꼬리를 흔드는게 살짝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귀염둥이들을 위해 그깟 500원쯤이야. 개들 기분 좋아지는 냄새랑 시각적인 것도 궁금하다.”(정성주)

반면 ‘반응이 없다’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특별한 반응은 없지만 이 돈이 불쌍한 강아지를 위해 전액 기부된다고 하니 (다른 분들도 음원을) 사시길 바란다.”(이빛나)
“우리집 개는 퍼그 수컷, 나이는 10살. 두 번이나 들려줬는데 무반응으로 엎드려 잔다. 다운로드를 받느라 500원을 결재했는데 다른 강아지들 위해 좋은 일에 쓴다고 하니 그걸로 위안 삼아야 할 듯.”(김민구)
“처음에 귀를 쫑긋 세우더니 지금은 코를 박고 잔다.”(김미영)
“우리집 강아지, 심지어 하품하고 드러누웠다. 내일 아침에 다시 들려줘야겠다.”(김새미)
“자기가 사람인 줄 착각하는 듯 전혀 반응이 없다. 500원은 불쌍한 강아지들을 위해 헌납했다고 생각하겠다.”(박수량)

음원 판매는 사흘간 6800여 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SBS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의 다운로드 횟수는 2000여 건.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 PD는 “한 달 동안 5000여 건 정도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훨씬 많은 분들이 다운로드했다”며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기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개에게 웃음을 선물해주고 싶은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다가왔다. 비록 ‘무반응’이긴 했지만 제작진을 탓하지 않고 “이왕 다운받았으니 500원이 다른 개들에게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이들의 바람 또한 훈훈하게 느껴졌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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