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8천원으로 네가족 알뜰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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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사는 김현정(35)주부가 적은 비용으로 이웃과 알차게 보낼 송년파티를 계획하고 있어 본지가 살짝 엿봤다.

김씨의 초대 손님은 한 아파트에서 가깝게 지내는 세 가족. 김씨 가족까지 모두 어른 8명과 아이들 6명이 참석하게 된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어렵다고 판단한 김씨는 손님들에게 참가비와 개인 접시를 준비해 오도록 양해를 구했다.

참가비는 어른 5천원, 아이 2천원. 개인 접시는 그릇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설거지 부담을 덜기 위한 것. 대신 주인답게 김씨는 4만원의 예산을 세웠다.

파티 당일 주메뉴는 피자.김밥.닭튀김. 피자 두 판(1만9천8백원)과 닭튀김 2마리(1만8천원)는 인근 가게에 주문키로 하고 김밥(재료비 8천7백원)은 직접 만들기로 했다. 아이들을 위해 음료수(2병.2천5백20원)와 과자(4천8백원).귤(5천원)도 사기로 했다. 파티에 곁들일 포도주는 얼마전 해외출장을 다녀온 이웃이 가져오겠다고 해서 해결됐다. 대신 김씨는 두살난 아이밖에 없는 이 가족에게는 참가비를 안받기로 했다.

총수입 6만8천원에서 음식준비로 5만8천8백20원을 빼고 나면 9천1백80원이 남는다. 김씨는 이 돈으로 가족대항 게임이나 아이들 장기자랑에 쓸 선물(엄마용 양말 4켤레, 아이용 고무딱지 10장)과 꼬깔모자를 만들 색종이 등을 사기로 했다.

D데이는 18일. 이미 이웃과 약속한 날짜지만 딸 지선(7)과 함께 컴퓨터로 초대장을 만들어 1주일 전까지 돌리기로 했다.

김씨는 이번 주말에는 남편.아이와 함께 집안 장단도 하기로 했다. 우선 지난해에 썼던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품을 꺼내 현관 입구를 장식하고, 식탁은 붉은 색 식탁보를 새로 깔고 그 위에 녹색.금색.은색 종이로 산타.종.나뭇잎 모양을 오려넣은 뒤 유리를 덮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돋울 예정이다.

또 검정 색종이와 셀로판 종이로 여러 모양을 오려 커튼에 달고, 빈 상자를 모아 하나씩 예쁜 포장지로 싸서 리본을 묶어 선물상자처럼 거실 한 켠에 쌓아 둔다는 것. 아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천장에는 풍선도 매달 생각이다. 김씨는 "한 해를 마감하면서 그간의 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 끝에 세운 계획" 이라며 "참가비를 받아 야박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초대받는 이들이 오히려 부담이 없어 좋다고 하더라" 며 송년파티에 기대를 걸어보였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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