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스티글리츠 세계銀 수석 부총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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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을 평가하는 서울 국제포럼에 참석한 세계은행 스티글리츠 수석부총재는 "한국이 급박한 위기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실질적인 구조개혁은 이제부터" 라고 말했다.

새로운 무역질서가 형성되고 있으며 신지식과 신기술에 의해 세계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기업.금융.노동.교육 분야에서 신축적인 적응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조만간 부총재직을 사임하고 다시 스탠퍼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 2년전 방문했을 때와 무엇이 크게 달라졌나.

"외환위기가 닥친 아시아 국가들 중 경제회복 속도가 가장 빠르고 구조개혁 내용도 괄목할 만하다. 당초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U자형을 예상했는데 불과 1년 만에 V자형으로 경제가 회복됐다. "

- 그 배경은 무엇이라 보는가.

"재정확대와 저금리가 유효했고 IMF의 처방을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아직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기업구조조정이나 금융시장에는 아직도 개혁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아직 부족하고 주주의 권한보장이 아직도 확립되지 않았다. 투신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도 더 필요하다. "

- 금융.기업.노동.공공부문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평가한다면.

"전반적으로 보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지만 구조개혁 과정에서 중산층이 황폐해졌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므로 빈곤상태가 개선되겠지만 사회안전망을 더욱 확충해 사회불안 요소를 흡수해야 한다. "

- 외환위기 해소가 실물경기의 회복으로 뒷받침돼야 할텐데 어떻게 보는가.

"기업의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기업경영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부채나 과잉투자에 의존하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재벌은 대우사태처럼 시장에서 도태시켜야 한다. "

- 한국에 개혁의 여지가 더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보다 실질적인 감독을 통해 공정거래를 확립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일이다. 시장경제는 공정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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