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감 없나"서 "일꾼 없나"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일본의 경기가 회복 기운을 보이면서 고용시장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1일 발표한 8월 중 노동경제동향 조사에 따르면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에서 "인력이 남는다"고 답한 비율을 뺀 '과부족 판단지수(DI)'가 +8로, 1997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클수록 고용사정이 호전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고용 여건의 호조가 전 업종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인력이 남아돈다고 응답한 업종은 건설업뿐이었다. 하지만 건설업도 지난 5월의 -14에서 -1로 크게 개선됐다. 지난 5월 조사 때 마이너스였던 도소매업도 소비가 살아나면서 플러스로 반전했다. 운수업.정보통신업.음식 및 숙박업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90년대 들어 인건비 삭감을 위해 기업들이 추진했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신규 고용으로 전환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실업률은 2002년 8월 5.5%로 최악을 기록한 이후 현재는 4%대 전반에 머물고 있다.

기업들이 수요 증가에 대비해 '예비 전력'을 갖추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수시 채용을 한 기업이 3개월 전에 비해 4% 늘어난 55%에 달했다. 이는 92년 이후 12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정규직 직원을 줄이고 파견사원 등 비정규직을 늘리는 경향이 뚜렷해 고용의 안정성은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 "1년 전에 비해 정사원이 감소했다"고 답한 기업은 32%인 반면 "정규직을 늘렸다"는 기업은 16%에 불과했다.

일본종합연구소의 야마다 히사시(山田久)주임연구원은 "정사원 채용을 기피하다 보니 기능의 전승이나 팀워크 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등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사원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