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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유엔숙소 테러 … “아프간 결선투표 방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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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유엔 직원 숙소에서 28일(현지시간) 무장 괴한들이 총격을 가해 유엔 직원 등 12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탈레반은 다음 달 7일 치러질 대선 결선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30분(현지시간)쯤 카불 도심 벗처 거리에 있는 유엔 국제 게스트하우스에 무장 괴한들이 침입해 폭탄을 터뜨리고 기관총을 난사했다. 이후 건물을 포위한 경찰·보안군과 총격전을 벌였다. 총격전은 3시간 만에 괴한 3명이 사살되며 끝났다.

아프간 경찰은 이 사건으로 6명의 외국인 유엔 직원이 총에 맞아 숨지고 9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또 3명의 무장 괴한과 보안군 2명, 아프간인 1명이 총격전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유엔 숙소에 대한 기관총 공격에 이어 카불 시내의 대통령궁과 인근 5성급 세레나 호텔에도 로켓포탄이 날아들었다. 후마윤 하마드자다 대통령궁 대변인은 “대통령궁 외벽 인근에 로켓포탄이 떨어졌으나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호텔에 떨어진 로켓도 폭발하지 않아 한국인 1명을 포함한 투숙객 전원이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자살폭탄 조끼를 착용한 우리 대원 3명이 수류탄과 기관총을 들고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선투표에 관여하는 자들을 죽이겠다고 한 경고를 언급하며 “이번이 우리의 첫 번째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비교적 치안 상황이 좋은 카불 도심으로까지 대규모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카불 중심가에선 차량 폭탄 테러로 이탈리아 군인 6명과 아프간인 10명이 죽었다. 이달 8일에도 폭탄 차량이 인도 대사관을 덮쳐 17명이 사망했다. 한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세레나 호텔엔 자살테러를 막기 위해 대형 장벽까지 설치돼 있어 ‘카불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혔다”고 전했다.

◆힐러리 방문한 파키스탄에서도 폭탄 테러=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의 한 시장에선 이날 차량에서 폭탄이 터져 최소 92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 범행을 자인하는 단체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미국을 향한 탈레반의 경고”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페샤와르가 이슬람 반군의 테러로 이달에만 200여 명이 희생된 곳인 데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방문한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자동차로 3시간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 처음으로 파키스탄을 찾은 클린턴은 푸짐한 ‘선물 보따리’를 내놨다. 파키스탄의 전력 공급 개선 사업에 1억25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80%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충형·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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