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1주일 만에 3000대 ‘도요타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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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진출한 일본의 도요타 전국 판매점 5곳에 지난 주말 5000명이 넘는 고객이 들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여 국내 자동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 논현동의 강남점을 운영하는 디앤티도요타 김정배 사장은 “지난 주말에만 1000여 명 이상 방문해 예상을 넘는 관심에 깜짝 놀랐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영업사원을 현재 26명에서 50여 명 이상으로 늘려 월 500대 이상 팔겠다”고 말했다. 이 판매장은 대지 4156㎡에 연면적 9267m²로 국내 자동차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땅값과 건축비를 포함해 1200억원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비가 들어갔다. 이 밖에 효성그룹에서 800억원을 투자한 서울 반포의 서초점, 용산(LS그룹), 분당(신라교역), 부산(동일고무벨트) 등 다른 도요타 매장도 지난 주말 고객들로 크게 붐볐다.

실제로 도요타코리아는 캠리·라브 4·프리우스 등 4개 차종을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3000대가 계약됐다고 28일 밝혔다.

지금 계약해도 내년 봄에나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다. 도요타는 내년 초까지 월 500대씩 한국에 공급한 뒤 차차 물량을 늘려 나간다는 전략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월 1000대까지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계약자 중 60%는 3490만원 하는 캠리 2.5 모델을 택했다. 다음으로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 캠리 하이브리드, 라브 4 순이었다. 이처럼 캠리 2.5가 인기인 것은 경쟁력 있는 가격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 나올 현대차 쏘나타 2.4보다 불과 100만원 정도 비쌀 뿐 아니라 그랜저 2.7 고급형보다는 오히려 저렴한데 에어백은 더 많이 달렸다.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 가격(3940만원)은 논란이다. 당초 발표는 3790만원이라고 했지만 150만원가량의 하이브리드카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엔화 강세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현대차 동급보다 10% 정도만 높게 책정해 국내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관세를 빼면 현대차와 가격 차가 거의 없어진다. 현대차를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택한 것이다. 도요타코리아의 정성상 이사는 “100엔당 13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현재 가격으로는 본사가 적자를 보는 셈”이라며 “그러나 한국 수입차 시장의 잠재력과 향후 환율 전망을 밝게 보고 처음부터 경쟁력 있는 가격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한국 승용차 시장의 3%(연간 3만∼4만 대) 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중앙대 이남석(경영) 교수는 “현대차가 최근 5년간 신차를 내놓으면서 매번 가격을 10∼15%씩 올려 관세가 포함된 수입차와 가격 차가 많이 좁아졌다”며 “앞으로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한국은 도요타의 가장 큰 아시아 수출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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