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메아리] 도지사 판공비의 '투명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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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이의근(李義根)경북지사도 자신의 올해 판공비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종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 관심을 끈다.

판공비(辦公費)의 사전적 의미는 '공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밀비(機密費)' 다. 밝히기 어려운 데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李지사의 올해 판공비는 기관운영비와 시책추진비를 합쳐 모두 2억2천6백만원. 李지사는 이 가운데 지난 10월까지 69%인 1억5천6백만원을 썼다.

몇가지 항목으로 뭉뚱그린 대강의 지출내역도 밝혀졌다. 기관단체.도민.복지시설.직원 등에 대한 격려와 각종 성금 2천여만원, 도정협조인사 경조사비 1천8백여만원, 국내외 방문인사 기념품 구입 1천5백여만원 등등이다. 물론 구체적인 용도까지 세세하게 공개하진 않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신용카드 영수증 등 증빙서류의 사본도 열람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단체장 판공비는 사용지침이 크게 바뀌었다. 30%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신용카드로 쓰되 모든 지출에는 영수증을 첨부하게 돼 있다.

복지시설에 금일봉을 전달해도 영수증을 받아야 하는 식이다. 언제 있을지 모를 감사 때문에 과거처럼 이른바 '가짜영수증' 을 첨부할 수도 없어졌다.

신용카드가 예산집행의 투명성(透明性)을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李지사의 올해 판공비가 아직 30%쯤 남아 있어 상당부분이 잔액처리될 것" 이라며 "이젠 낭비성 지출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도지사 이외에도 판공비를 쓸 수 있는 도청 공무원은 더 있다. 과장 2백여만원, 국장과 도의회 전문위원 6백여만원씩이다.

경북도의 내년 전체 판공비는 10억여원 규모.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국민들의 혈세다. 시민단체들은 "도지사 판공비 공개를 계기로 그 규모도 줄여야 한다" 고 주장한다.

판공비의 투명성 제고에 이어 판공비 감축 움직임도 보고 싶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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