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열린 中무선통신시장 잡기' 美·日·홍콩社 손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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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의 모토로라.일본의 NTT 도코모.홍콩의 후치슨 왐포아 등 3개사가 중국의 무선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과 영업망을 공동 활용하는 새로운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30일 보도했다.

NTT의 자본과 모토로라의 첨단통신기기가 중국과 같은 민족의 홍콩기업 통신서비스망과 연합, 세계최대 통신시장 석권을 노리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15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위한 미국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 중국 통신시장 공략에 부심하던 SK텔레콤 등 국내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3개 업체가 제휴를 선언한 배경 중 첫째는 중국의 통신시장이 WTO 가입과 동시에 외국인 지분 49%까지 허용되고 2년 뒤에는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50%를 보장하기 때문. 또 올 여름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무선통신 방식을 미국과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부호분할 다중접속(CDMA)방식을 받아들인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한 상태여서 시장접근이 어느 때보다 용이한 상황이다.

이들 3개사는 이날 홍콩 최대 부동산 재벌인 리카싱 그룹이 70%의 지분(모토로라는 30% 소유)을 소유하고 있는 후치슨 통신을 이른 시일 안에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서비스회사로 전환시킨다는 데 합의했다.

이를 위해 일본의 도코모는 6억4천만달러를 투입, 후치슨 지분 21~29%를 확보하고 후치슨은 50%, 나머지는 모토로라가 차지하기로 했다.

도코모는 내년부터 영상이동통신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을 후치슨사에 모두 전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후치슨사는 중국의 유럽식 무선통신방식인 비동기식 시간분할접속(GSM)방식과 미국식 CDMA방식을 동시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들은 또 중국이 현재 시범서비스 중인 CDMA방식을 공식 채택할 경우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중국 무선통신시장의 석권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한편 국내 최대 무선통신업체인 SK텔레콤은 이들 3개사의 제휴합의로 중국 시장 진출과 시장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판단,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SK는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 통신협상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 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약속했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 해외사업부문의 김상국 상무는 "중국 시장이 오는 2001년 이후 단계적으로 개방되고, 자사도 도코모와 제휴관계에 있어 이들 3개사의 연합군과 공동 진출을 모색하는 등 '윈-윈' 게임 방안도 고려 중" 이라고 밝혔다.

최형규.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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