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영국 총리 3기 연속 집권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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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영국 노동당이 5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3기 연속 집권에 성공할 것이라고 영국 여론조사기관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노동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보수당을 3~10% 앞섰다. 토니 블레어(사진)는 노동당이 승리하면 노동당 사상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다. 이번 총선은 646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다. 선거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6일 오전에 나올 예정이다.

◆이라크전이 쟁점=선거전에서 마이클 하워드 보수당 당수 등 야당은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을 집중 부각시켰다.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블레어 총리의 도덕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위협을 과장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선거를 사흘 앞두고는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전쟁 8개월 전에 이미 미국과 이라크 침공에 합의했음을 시사하는 비밀회의록이 공개돼 블레어 총리는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노동당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블레어는 "그래도 전쟁은 옳았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선거 전날 밤 유세에서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에 관해 다른 의견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이라크 전쟁으로 나와 정치가 싫어졌다고 해서 투표하지 않으면 보수당이 반사이익을 얻어 뒷문으로 집권하게 된다"며 투표를 호소했다.

◆장기 경제 호황 덕= 블레어 총리를 개인적으로 지지한다는 여론은 25%에 불과했다. 노동당의 지지도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당이 건재한 것은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경제 호황 때문이었다.

블레어 총리는 "누가 우리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고 공공서비스를 개선했는지를 보고 지지정당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노동당이 집권한 1997년 이래 영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 기조를 유지해 왔다. 평균 경제성장률은 2.7%. 이전의 보수당 집권 시절보다 높다. 실업률(4.7%)은 29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블레어는 밉지만 노동당은 괜찮다는 평판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치다.

?보수당의 부진=노동당의 우세 배경에는 보수당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면도 있다. 보수당은 97년 블레어에 패한 이래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당의 당헌 중 사회주의 조항을 폐지하면서 친기업적인 노선을 택한 블레어에게 지지층을 대거 빼앗긴 채 재기의 발판이 될 뚜렷한 원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워드 당수가 2003년 이언 던컨 스미스로부터 당권을 이어받았으나 두각을 나타내는 데 실패했다.

◆블레어의 과제=3기 연속 집권에 성공할 경우 블레어는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시비를 하루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쉽게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블레어 총리는 한때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 차기 총리직을 물려주겠다는 의사를 간접 표시한 바 있다.

장기 경제 호황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느냐도 관심거리다. 집권 기간 중 집값 급등과 소비 증가로 내수가 활발히 살아나 성장에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최근 공격적인 재정정책으로 재정이 적자에 빠지고 저축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긴축재정과 고유가, 주택가격 하락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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