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04년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스파르타군이 승기를 잡아 아테네 성벽을 허물기 시작하자 아테네 시민들이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들어 성벽을 에워쌌다. 부녀자와 노인을 가리지 않고 이들이 만들어 낸 장엄한 인간사슬 앞에 스파르타군은 무력해지고 말았다.
거대한 인간띠를 만들어 자유와 평화를 호소한 사례는 지구촌 곳곳에 있다. 지난 89년 구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갈망하던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의 발틱 3국 주민 2백만명이 6백 여㎞에 걸쳐 감동적인 인간띠를 만든 것은 대표적인 사례.
국내에서는 당태종이 고구려를 침공했을 때 요동벌 백암성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성 안의 부녀자와 노인들이 인간띠를 이어 성문 앞에서 적군의 화살에 맞섰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 8.15 광복절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로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서 통일공원까지 53㎞에 걸쳐 5만 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펼쳐진 '통일염원 인간띠 잇기' 행사가 있다.
이스라엘은 다가오는 새천년을 맞는 올해 마지막 날 밤에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청소년들이 사해 주변에서 인간띠를 형성해 세계평화를 외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김준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