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인간 띠잇기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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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기원전 404년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스파르타군이 승기를 잡아 아테네 성벽을 허물기 시작하자 아테네 시민들이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들어 성벽을 에워쌌다. 부녀자와 노인을 가리지 않고 이들이 만들어 낸 장엄한 인간사슬 앞에 스파르타군은 무력해지고 말았다.

거대한 인간띠를 만들어 자유와 평화를 호소한 사례는 지구촌 곳곳에 있다. 지난 89년 구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갈망하던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의 발틱 3국 주민 2백만명이 6백 여㎞에 걸쳐 감동적인 인간띠를 만든 것은 대표적인 사례.

국내에서는 당태종이 고구려를 침공했을 때 요동벌 백암성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성 안의 부녀자와 노인들이 인간띠를 이어 성문 앞에서 적군의 화살에 맞섰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 8.15 광복절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로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서 통일공원까지 53㎞에 걸쳐 5만 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펼쳐진 '통일염원 인간띠 잇기' 행사가 있다.

이스라엘은 다가오는 새천년을 맞는 올해 마지막 날 밤에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청소년들이 사해 주변에서 인간띠를 형성해 세계평화를 외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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