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조성기씨, 개신교 십일조 비판…논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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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하나님의 것인 토지를 인간들 욕심에 따라 투기의 대상으로 삼은 결과 무수한 백성들이 땅 한 평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대형 교회 대부분은 십일조로 모은 막대한 돈으로 넓은 땅들을 사서 건물을 짓고 차지하고 있으니 하나님께서 통탄하실 일이다."

소설가 조성기씨가 개신교회의 십일조와 성전(聖殿)짓기를 물신(物神)주의라고 비판하고 나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조씨는 '야훼의 밤' 등 일련의 기독교계 소설로 문단에 서 주목받고 있는 중견 소설가로 크리스천 이름은 조누가.

조씨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95년 목회자 길로 접어들어 산울교회 담임을 맡으며 한국교회 문제점중 하나인 십일조를 성경과 역사에 의해 고찰한 '십일조를 넘어서' (베틀.북)를 최근 펴냈다.

이 책은 먼저 성경에서 십일조의 원래 모습을 찾는다. 하나님께서 먹을 것만을 십일조로 내놓으라 한 것은 어려운 이웃과 공동으로 음식을 나누어 먹으려는 구제풍습의 일종이었다는 것.

그러나 로마.중세시대를 거치면서 차츰 세금 성격으로 변질돼 내려오며 일종의 '면죄부' 같이 신도들에게는 죄책감을 주며 교회만 살찌우다 종교개혁 이후 말끔히 사라졌다.

그러다 20세기 들어 교회가 부흥하며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자 십일조 교리가 다시 나타나게된 것이라는게 조씨의 주장이다.

"이제 너희의 유여한 것으로 저희 부족한 것을 보충함은 후에 저희 유여한 것으로 너희 부족한 것을 보충하여 평균하게 하려함이라. " (고린도후서)조씨는 이와 같은 성경 말씀을 기초로 헌금.연보는 ▶있는대로 ▶준비하는 자세로 ▶마음에 정한대로 ▶즐거운 뜻으로 ▶평균하게 나누는 뜻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조씨는 기도와 찬양과 교제와 나눔의 장으로서의 회당.예배당이어야 할 개교회들이 거대한 성전으로 꾸며져 십일조를 걷고 있는 것도 성경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 책이 어쩌면 한국 교회에 떨어지는 영적 폭탄이 될지도 모르겠다" 는 조씨의 이번 주장은 앞으로 많은 논란을 부르며 그동안 소장학자나 목회자.신자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일다 묻히곤 했던 십일조 논쟁을 공적인 장으로 끌어낼 것 같다.

이같은 조씨의 주장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 목회자는 "성경에도 모든 소득의 십분의 일은 하나님의 것으로 명백히 밝히고 있다" 며 "우리 교회들은 이 십일조로 하여 예배.사회봉사.선교.교육 등 하나님의 일을 효율적으로 펼치고 있다" 고 밝혔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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