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구명로비도 손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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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옷로비 사건 특검팀이 26일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해 또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서 향후 수사 방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세 차례나 영장을 청구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鄭씨에 대한 특검팀의 3차 영장청구 방침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특검팀이 단순히 鄭씨를 단죄하기 위해 영장청구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죄가 있다면 나중에 기소해 유죄판결을 받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鄭씨의 구속에 집착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鄭씨가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이다. 양인석(梁仁錫)특검보는 26일 브리핑에서 "鄭씨를 분리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 수 차례 언급했다.

비록 새로운 사실이 많이 밝혀졌지만 정작 이번 사건의 본질에서는 관련자들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건 진행과정의 중심부에 있었던 鄭씨를 다른 관련자로부터 떼어내려 하고 있다.

鄭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마다 의외의 폭로가 쏟아져 나온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장청구가 일종의 압박수단이란 얘기다.

梁특검보는 "이 사건 본체는 네 여인의 행적인데 이 부분 수사는 이제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며 "이들의 행적과 위증은 동전의 양면" 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위증죄 처벌' 이라는 무기를 쉽게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특검팀은 이번 수사의 또 다른 성과물인 '사직동팀 문건' 에 대해선 더 이상의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梁특검보는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을 다시 부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직동팀 최종 보고서를 제보한 박시언(朴時彦) 전 신동아그룹 부회장에 대해서도 "스스로 오겠다면 막지는 않지만 수사 대상은 아니다" 고 못박았다.

또 이형자(李馨子)씨가 연정희(延貞姬)씨를 로비 대상으로 삼기 전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에게 로비를 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 수사 대상은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로비의혹" 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결국 특검팀은 남은 20여일 동안 핵심 관련자들인 연정희.정일순.배정숙.이형자씨 등 4명을 계속 소환하며 '로비의혹' 자체에 대한 추궁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6일 공개된 사직동팀 최종보고서에는 이형자씨가 남편인 최순영 회장의 구명로비를 벌인 행각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 특검팀이 이 부분을 수사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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