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표정] "위증 수사 못하면 뭘하란 말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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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원이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또 다시 기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5일 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옷로비 사건 특별검사 사무실은 충격에 휩싸였다.

최병모 특검은 미리 퇴근했지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특검 관계자들은 오후 8시20분쯤 TV뉴스 속보를 통해 기각 소식을 전해들은 뒤 한결같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직원 몇명은 "영장이 기각됐다. 석방이나 시켜야 겠다" 고 중얼거리며 허둥지둥 기각된 영장을 받으러 법원으로 떠났다.

조광희(趙光熙.변호사)특별수사관은 "어제 밤을 새워가며 31쪽에 이르는 구속 필요 이유서를 정리했다.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커 꼭 영장이 발부됐어야 하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특검 관계자들은 "그동안 착실히 수사를 해놨기 때문에 앞으로 괜찮다" 면서도 "鄭씨가 구속되면 관련자들의 진술에도 상당한 변화가 기대됐는데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고 걱정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사직동팀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의 전달자가 청와대 박주선(朴柱宣)비서관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특검팀 내부에서 흘러나갔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양인석(梁仁錫)특검보는 "26일 오전 중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수사 방향을 정하겠다" 고 침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어련히 알아서 판단했겠느냐" 는 가시돋친 반응을 잊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검이 위증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다면 그럼 뭘 하란 말이냐" 고 분통을 터뜨렸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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