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초점] 두자릿수 넘나드는 금리…인위적 억제 한계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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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20조원의 채권안정기금 출범 이후 연 8%대까지 떨어졌던 회사채 금리가 다시 두자릿수를 위협하면서 정부의 인위적 금리억제의 무용론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채안기금을 총동원해 금리를 누르겠다는 입장이나 시장에서는 이 조치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는 만큼 다시 한계에 이를 것이고 금리왜곡의 폐해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두자릿수 넘보는 금리〓24일 회사채 금리는 오전장에서 10.01%를 찍어 2개월 만에 다시 두자릿수로 진입했다. 이에 채안기금이 2조2천억원어치를 사들여 실세금리를 다소 떨어뜨리는데 기여했지만 기본적으로 금리상승기조를 억누르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앞서 23일 입찰에 부쳐진 1조3천억원의 외국환평형채권은 당초 정부 예상보다 0.5%포인트 높은 9.03%에 낙찰돼 시장 참여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따라 금감위는 24일 오후4시 채안기금 운용위원회를 열고 증액키로 했던 기금 10조원을 납입시키기 위한 세부사항을 결정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실세금리가 두자릿수로 오르면 마무리 단계의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경제에 도움을 주지않는다" 며 "한자리 금리 유지를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동원키로 했다" 고 말했다.

◇ 인위적 금리억제 무용론 논란〓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채권딜러나 전문가들은 '시장의 힘' 을 인정하지 않는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분기 성장률이 12.3%이고 국제원유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믿는 딜러는 없다" 며 "정부가 채안기금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면 할수록 은행들이 출자한 채안기금 손실이 커져 결국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것" 이라고 말했다.

ING베어링 관계자도 "채안기금에서 이달 들어 운용역에게 자금을 분배한뒤 매매수익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후 금리가 오히려 오르는 것을 보면서 채안기금의 존재를 다시 보게 됐다" 며 "은행과 정부의 이해가 달라 채안기금의 역할도 한계가 있다" 고 말했다.

한양대 손정식(孫正植.경제학과)교수는 "금융시스템 위기시 자본시장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선 안된다" 며 "금리를 인위적으로 누른 후에 급등하면 주식.채권시장 폭락사태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연세대 김학은(金學恩)교수는 "정부의 힘과 시장의 힘의 대결에서 시장의 힘을 믿는다 " 며 "금리를 인위적으로 누르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고 말했다.

◇ 채안기금 추가조성 꺼리는 은행〓정부는 채안기금이 사둔 채권을 은행에 팔아 그 자금으로 기금의 추가 자금 10조원을 조성하려 하나 은행은 이를 인수한 후 금리가 오르면 손실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인수자체를 꺼리고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금리안정을 위해 은행이 더이상 골병이 들어선 안된다" 며 "아예 한국은행이 나서든지 금리를 자율적 시장메카니즘에 맡겨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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