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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대가족제 연구 20대 영국인 데이비드 프렌더가스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이젠 구수한 한국의 청국장 없이는 식사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마음씨 좋은 시골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많은 것을 얻고 즐겁습니다."

더듬더듬 서투른 한국말로 '우리 농촌' 을 이야기하는 영국인 데이비드 프렌더가스트(27)씨.

그는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세인트 에드먼드 컬리지에서 사회인류학 박사과정을 마친 뒤 지난 8월부터 1년간 계획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대가족 구조의 지속성과 변화과정을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해서다.

"지난 96년 논문 기초조사를 위해 전북을 잠시 방문했습니다. 그 때 여러 곳에 물어보니 부안군이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가장 잘 보존돼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충실한 논문을 위해 아예 한국인들과 함께 생활하기로 결심했다. 하루 일과는 오전 군청과 노인정.도서관.법원 등을 방문해 각종 참고자료를 얻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오후엔 대가족으로 이뤄진 가정을 찾아 어줍은 한국말과 대학생 통역자의 도움으로 함께 지내면서 이들의 생활상을 관찰하고 있다.

낯선 곳에 짐을 푼 지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빠른 속도로 주민들과 친밀해졌고 한국음식에도 쉽게 적응하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지도교수로부터 "작지만 수천년 역사를 가진 단일국가인 한국의 가정을 연구해 보는게 어떠냐" 는 제안을 받고 한국의 가족관계에 관해 학위논문을 쓰기로 작정했다.

프렌더가스트는 "아직 한국어가 짧지만, 한국인의 뜨거운 가족애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미 한 집안의 가계도를 거의 복원했고, 이 과정에서 배운 점이 참 많다" 고 말했다. 전주를 방문했을 당시 부안군의 교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던 킴벌리(27)씨와 올 여름 결혼해 함께 살고 있다.

그는 한국의 농촌가족을 방문, 정감있는 인간관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오늘도 작은 배낭 하나를 달랑 메고 마을 버스에 오른다.

부안〓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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