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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 파프리카 …‘금싸라기 씨앗’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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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금보다 세 배 비싼 게 있다. 바로 토마토 씨앗이다. 요즘 국내 금 도매 시세는 1g에 약 4만4300원인데, 토마토 씨앗은 1g(270톨)에 13만원에 거래된다. 작은 씨앗 한 톨에서 토마토 30여 개를 거둘 수 있어 이렇게 값이 비싸다. 파프리카 씨앗 가격도 금의 두 배가량이다.

이런 종자를 개발해 파는 기업들의 수익성도 높다. 세계 1위 종자 기업인 미국 몬산토는 지난해 매출 13조3800억원에 영업이익 3조20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3.9%였다. 지난해 국내 기업 평균 영업이익률(5%)의 다섯 배 가깝다. 종자산업이 글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정부가 이런 종자산업 육성에 나선다. 곡식·채소·가축 등의 종자 연구개발(R&D)에 내년부터 2020년까지 11년간 모두 1조488억원을 투입한다. 이와는 별도의 예산을 들여 인체 장기 이식용 동물 등을 만들어 내는 ‘동물 줄기세포 연구사업단’을 2011년 설립하고, 2012년까지는 새 품종 개발을 위한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센터’를 한국원자력연구원 안에 만들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6일 이런 내용의 ‘종자산업 육성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종자산업 육성에 나선 것은 세계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는 반면 국내 기반은 취약하기 때문이다. 세계 농산물 종자시장은 2007년 36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 성장했다. 농식품부 조장용 종자산업 육성TF팀장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식량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종자시장도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실적은 미미하다. 지난해 종자 수출은 3000만 달러에 그쳤다. 국내 1위인 농우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은 410억원으로, 몬산토(13조3800억)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종자산업 육성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 우선 R&D 지원을 늘리고 기반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R&D 투자는 올해 524억원에서 2020년에는 2.7배인 1430억원으로 늘린다. 또 각종 실험장비를 갖춘 종자 연구단지를 2014년까지 만들어 민간 회사들이 활용토록 할 방침이다. 기업들의 R&D 시설 투자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것이다.

동물 줄기세포 연구사업단은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처럼 사람과 동물이 모두 걸리는 전염병에 대한 연구 등도 맡는다. 식물 품종 같은 유전자원 확보에도 나서 지난해 말 26만8000점이었던 국가 보유 유전 자원을 2020년까지 36만1000점으로 늘리기로 했다.

종자 개발은 고추·배추·토마토·파프리카와 관상용 어류인 금붕어·가시고기·비단잉어·파랑돔 등 수출 가능성이 큰 품목에 집중한다. 농식품부 김종훈 녹색산업정책관은 “지난해 세계 30위권이었던 종자 수출을 2020년 2억 달러,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에 대해 R&D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년간 1조원 넘게 투입하기로 했으나 이는 몬산토의 지난 한 해 R&D 투자액(1조1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양태진(작물생명과학) 교수는 “부족한 예산으로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최대한 높이려면 종자 개발뿐 아니라 종자를 해외에 파는 마케팅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종자(種子)=식물과 동물의 품종을 모두 일컫는다는 점에서 식물에게만 쓰이는 ‘씨앗’과 구별된다. 종자산업이란 식물과 동물의 신품종을 개발해 판매하는 산업으로, 먹을거리뿐 아니라 장기 이식용 돼지 같은 의료용 및 애완용·관상용 품종까지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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