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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경기 회복 … “내년 1달러=900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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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6일 블룸버그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CS),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내년에 원화 값이 달러당 900원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원화가치가 내년 1분기 달러당 1106원에서 갈수록 높아져 연말엔 975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RBS는 내년 상반기까지 원화 강세가 지속돼 2분기에 달러당 900원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 회사 도미니크 드워프레콧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씨티그룹의 국채지수인 WGBI에 편입돼 투자가 크게 늘 거고 내년 1분기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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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는 원화 값이 단기적으로는 달러당 1050원, 그리고 내년엔 900원대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회사의 조셉 라우 한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오면서 2~3개월 안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할 것”이라고 근거를 설명했다.

이에 비해 국내 전문가들은 내년에 원화가치가 오르지만 세 자릿수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2분기 이후에나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에 달러화 가치가 10~15%가량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내년에 원화 값이 달러당 900원대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원화 값은 내년 1, 2분기에 달러당 1000원대 중·후반엔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도 “일부 외국계 회사가 약달러를 전제로 삼아 세 자리 숫자 진입을 전망하지만 이는 지나치다”고 평했다. 900원대 환율은 우리나라가 중국 특수를 한창 누리던 2007년 수준인데, 내년에 그 정도의 경기 호황이 돌아오긴 어렵다는 평가다.

2007년 원화 값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던 조선회사의 선물환 매도(환헤지를 위해 미리 달러를 파는 것) 역시 조선사의 수주가 살아나지 않는 한 당분간 기대할 수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발표한 국내 외환 전문가 108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내년 상반기 말 원화가치는 지금보다 소폭 오른 달러당 1124원으로 전망됐다.

물론 원화 값이 내년에 달러당 1100원까지만 올라도 국내 수출기업이 그동안 누렸던 환율 효과는 상당 부분 줄어든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올해 평균 달러당 1300원이었던 원화 값이 1100원으로 뛰면 상장기업의 수출 규모는 48조원 줄어든다. 영업이익도 약 3조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계산된다(영업이익률 6% 전제). 이 회사 현정환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20년간 원화가치는 달러당 평균 1009원이고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이루는 구간은 1050~1100원”이라며 “2008~2009년 누렸던 원화 약세 효과는 내년에 상당 부분 사라져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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