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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별 논술 출제경향] 상. 고전속의 숨은 지혜 밀레니엄 시대에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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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00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해보다 쉬워 정시모집 합격.불합격에 미치는 수능의 변별력이 낮아지고 논술 비중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올해는 서울대 등 31개 대학의 전체.일부 모집단위가 정시모집에서 논술을 실시한다. 논술의 기초지식을 알아보고 대학들의 최근 3년간 논술문제 유형 및 올해 예상되는 논제.주의점 등을 이번주와 다음주 두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최근 2~3년동안 출제된 논술문제를 보면 논제들은 고전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묻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여러 문제를 해명하는데 고전 속 선인들의 지혜.사상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가를 묻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99학년도엔 고전텍스트를 모파상의 '비게 덩어리' 등 문학작품으로 제시한 대학이 많았는데 고전적인 문학작품 중엔 현대 사회.인간의 모습을 상징.시사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추세는 2000학년도 대입 논술시험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수는 '밀레니엄' . 2000학년도는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므로 많은 대학들이 이에 관심을 갖고 새 천년의 미래지향적 의지를 묻는 문제, 즉 고전과 밀레니엄을 연결시킨 문제가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 서울대〓97학년도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를 제시한 후 현대사회에 있어 개인이 익명의 존재로 방치되는 것은 어떤 사회적 조건 때문인가를 밝히고 제시문에 암시돼 있는 개인 노력의 의의.한계와 극복방법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

98학년도엔 오웰의 '동물농장' 중 '복서' 의 죽음을 둘러싼 제시문이 인간사회에서 무엇을 암시하고 있으며 복서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99학년도엔 사회생물학 관련 글과 신채호의 '대아(大我)와 소아(小我)' 중 일부분을 제시, 대아(大我)를 위한 인간의 삶이 갖는 의의.문제점을 논술하도록 했다.

이렇게 제시문은 다르더라도 고전을 통해 현대사회 문제에 대해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결과를 논리적으로 기술하게 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2000학년도에도 이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 제시문을 알 수는 없지만 새 밀레니엄을 맞는 만큼 현대사회의 새 지평을 여는데 도움이 되는 패러다임(사회구조)과 관계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 연세대〓그동안 고전 문학보다 고전 인문을 텍스트로 선호해 왔다. 98학년도엔 인문계 문제로 박제가의 '북학의' , 김구의 '나의 소원' (인문 계열) 중 일부 지문을 제시했다.

그러나 99학년도 인문계 문제는 신재효 본의 '심청가' , 플루타르크의 '영웅전' , 모파상의 '비게덩어리' 등 3편의 고전문학을 제시하고 각 주인공의 공통역학을 찾아 그 사회적 기능과 의미를 논술할 것을 요구했다.

2000학년도에도 고전에 담겨 있는 내용.사상.사고의 유형을 기초로 해 현대인의 삶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비판하고 극복방법을 묻는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 고려대〓지난 3년간 출제된 고전 텍스트는 최인훈의 '놀부전' (97학년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과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든' , 최인훈의 '회색인' (98.인문), 정약용의 '밀물과 썰물에 대하여' , 홍대용의 '의산문답' (98.자연), 브레히트의 희곡 '갈릴레이의 생애' (99.공통)였다.

논제는 고전의 현대적 해석과 적용 문제, 현대사회에서의 의의.한계를 논술하라는 것이었다. 올해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 한양대〓99학년도엔 전년과 달리 고전을 텍스트로 출제했다. 인문계열은 앨빈 토플러의 '미래 충격' ,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 , 박목월의 시 '산이 날 에워싸고' 를 함께 제시하고 시의 화자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견해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 사고의 통합을 요구하는 문제인 셈이다.

◇ 서강대〓98학년도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인문사회계열 '가' 군)의 주인공인 이반과 알료샤를 통해 신과 인간, 선악과 생사에 관한 바람직한 태도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 99학년도엔 루쉰의 '아Q정전' 을 제시, 주인공의 사고와 행동에서 드러나는 모순을 기술하고 인간의 진실한 삶을 논술하도록 했다.

2000년도에도 고전 인문가운데 종교.철학 영역의 글을 제시하고 인간.사회와 종교, ㅠ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묻는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 경희대〓천상병과 김지하의 시(98.공통),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99.공통) 등 고전 문학.과학을 예시문으로 제시하고 현대사회에서의 인간 삶의 문제점을 도출한 뒤 그것을 비판하고 바람직한 길을 모색할 것을 요구했다.

◇ 이화여대〓98학년도부터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98.인문), 몽테스키외의 '페르시아인들의 편지' (99) 등 고전을 지문으로 제시하고 현실적인 문제점과 극복방안을 묻는 문제를 냈다. 2000학년도는 새로운 세기의 시작인 만큼 여성문제와 자연.환경문제를 연결시킨 에코페미니즘과 같은 여성의 사회문제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 중앙대〓인문.사회.자연 등 계열 특성에 따라 다양한 논제와 제시문이 나온다. 학생들은 계열과 상관성 높은 고전을 집중적으로 섭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문계 학생은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인물을 사회문제와 연결시켜 분석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갈등하며 극복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독서하고 논술하는 연습을 하면 유리하다. 자연계 학생은 과학 발달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긍정.부정적인 면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건국대〓 '삼국유사' , 이청준의 '서편제' (98.인문 사회 계열),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와 박완서의 '지렁이 울음소리' (99.공통) 등을 제시하고 인간의 특정행위의 정당성, 인류에 미치는 영향, 바람직한 인간 행동양식 등을 물었다. 제시문이 고전 문학에서 고전 인문.사회 영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인간 삶의 양상과 본질을 다루는 주제가 점쳐진다.

정리〓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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