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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안정된 교원연금 운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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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7면

지금 교원사회는 연금법 개정을 앞두고 다시 흔들리고 있다. 교원들이 40여년 교단에 봉직한 후 남는 것은 연금뿐이다. 이것이 불안해질 때 교직사회는 동요할 수밖에 없다. 교원의 불안은 바로 학교와 국가교육의 동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년 2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는 7일 현재 5천여명, 내년 8월 신청자까지 합치면 1만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퇴직교원을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는 등 땜질식 수급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금법 개정의 핵심내용은 세가지다. 첫째, 현행 7.5%에 해당하는 기여금을 8.5% 수준으로 인상한다. 둘째, 96년 이후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던 연금지급 개시연령 60세를 기존가입자 모두에게 확대한다. 셋째, 연금지급 산정기준을 현행 최종보수 월액에서 평균보수 월액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중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연금지급 산정기준의 변경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금지급액은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교원들은 이미 서둘러 짐을 싸고 있다. 정년단축 등으로 이미 전문직으로서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따르면 공무원 연금 기금은 올해 1조7천억원에서 내년이면 6천3백억원으로 줄어들고, 2001년엔 1조8천억원이 모자랄 판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연금운영의 실패를 고스란히 가입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며, 특히 공무원연금 기여율이 가장 높은 교원들의 피해는 더욱 크다. 그렇다면 더 이상 교원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교직에 충실할 수 있게 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행정자치부가 교원의 연금 기득권을 보장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고 한발 더 나아가 1조원을 융자형태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교원 중에 4월 총선이 끝난 후에도 그같은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는 없다.

교육공동화(空洞化)를 막기 위한 기득권 보장과 교원연금의 안정을 위해서는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그 대책의 핵심은 두가지라고 본다. 첫째, 교원연금법을 별도로 제정해 교원연금을 공무원연금과는 따로 떼어 관리하는 것이다. 교원은 공무원보다 근무기간이 길다. 따라서 연금 불입기간이 33년으로 제한돼 있는 현행법에 의하면 교원은 근무연수가 33년이 지난 후 퇴임 때까지 평균 5~6년간은 연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일반 공무원과의 특수성과 높은 연금기여도를 인정해 교원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연금 불입 및 지급기준이 있어야 한다.

둘째, 연금기금을 보다 안전하게 구축하기 위해 정부비용 부담을 높이고 수익사업에도 신중을 기하되 수익은 최대한 도모해야 한다. 방만한 조직을 정비하고 느슨한 경영체제를 바로 잡아 내부에서 새는 물길을 잡고, 모험은 지양하되 극대화된 수익을 올리는 사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빈 자루는 일어설 수 없다.

교원들은 이미 한차례 정년단축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뿐만이 아니다. 올 한해 쏟아져나온 많은 비현실적 교육정책들로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다. 그러잖아도 오로지 교육자라는, 이 땅의 스승이라는 명예와 사명으로 버텨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교원연금의 기득권만은 보장해줘야 한다. 가벼운 그 봇짐마저 빼앗을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이군현 <한국과학기술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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