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따라잡기] 이란-이라크 갈등 배경 및 미국과의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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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양국 갈등의 배경은〓페르시아.아제르바이잔족이 인구의 75%를 차지하는 이란은 비아랍인에 대한 동등한 대우를 주창한 시아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이라크는 이슬람 정통파인 수니파의 세력이 강하다. 비율로는 시아파가 다소 많지만 사회지도층은 수니파 일색이기 때문이다.

양측의 종교갈등은 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페르시아만 패권 경쟁으로 비화했다. 이라크내 시아파가 이란혁명에 고무돼 반정부 활동을 강화했고 이란이 이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또 페르시아만 진출을 노리는 이라크의 오랜 야망도 분쟁의 씨앗이 됐다.

◇ 전쟁과 사후처리 문제〓이란.이라크 전쟁(80~88년)은 양국 사이에 위치한 샤트알아랍 수로의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 수로는 이라크에서 페르시아만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출구를 확보하려는 이라크는 80년 9월 이란을 선제공격했으며 전쟁은 화학무기까지 동원한 끝에 88년에 일단락됐다. 이라크가 페르시아만 진출을 재시도한 것은 90년말 쿠웨이트 침공이다.

전쟁 후 양측의 최대 현안은 포로석방 문제다.

양측은 그동안 9만여명의 포로를 상호교환해왔다. 그러나 아직 이라크에는 이란 포로 2천8백여명이, 이란에는 이라크 포로 1만3천여명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화해를 모색하는 이유〓얼마전까지 '전쟁불사' 를 외치며 대립해온 양국이지만 반미(反美)정서만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4일 미 대사관 인질사건 20주년을 맞아 테헤란에서 열린 집회에는 1만여명이 몰려 '타도 미국' 을 외쳤을 정도다. 미군의 공습에 시달리고 있는 이라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 라는 아랍 속담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전쟁과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피폐한 경제를 회복하려는 것도 양측간 거리가 좁혀지는 이유다. 이란과 이라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천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정치적으로는 온건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의 개방.개혁정책과 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후세인 대통령은 올 1월 하타미 대통령에게 양국간 평화조약을 제의한 바 있다.

◇ 미국과의 관계〓양국과 미국의 관계는 그야말로 얽히고 설킨 관계다.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미국은 이슬람 원리주의의 확산을 우려해 이라크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걸프전을 계기로 미국의 뭇매를 맞는 상대가 됐다.

그러나 양국 모두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애증이 교차한다. 표면적으로는 적대시하고 있지만 경제.외교적 측면에서 미국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은 지난달 빌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관계개선을 타진한 바 있다. 이란의 하타미 대통령도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비판하면서도 미국으로부터의 지원을 개혁추진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미국을 빨리 자국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속셈 때문에 양국이 화해의 모습을 보이는지도 모른다.

아랍권 단결이 달갑지 않은 미국이 당근을 내놓아 양국간의 거리를 벌리려 시도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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