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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보안법 등 기싸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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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위원회가 열렸다. 사모펀드 제도를 허용하는 내용의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회의 전까지만 해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 시각차는 두드러졌다. 한나라당은 연기금과 국책은행이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반대해 왔었다. 결론은 의외로 쉽사리 났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이다. 연기금 투자 조항이 삭제됐고, 국책은행의 투자에도 제한 조건이 붙었다. 17대 정기국회 첫날은 이렇게 시작됐다. 양당 합의로 출발한 '상서로운' 시작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럴까. 고개를 모로 젓는 양당 관계자가 많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같은 훨씬 첨예한 안들이 쌓였기 때문이다.

◆ 여야 관계 시험대될 과거사 문제=열린우리당은 과거사 정리가 우선 순위다. '일제 강점 하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을 손보고, 새로운 과거사 법안을 제정하겠다는 생각이다. 조사 대상도 1960년대 이래 민주화 운동 피해자로 확대하려 한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열린우리당의 압박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아예 조사 대상을 더욱 확대, 용공 피해자까지 포함시켜 물타기를 하려 한다.

국가보안법 논의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대치전선이 당대 당으로만 형성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헌법재판소가 논란이 많은 찬양.고무죄와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것도 양당 지도부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폐지보다는 개정 쪽 논의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당의 일부 진보 의원은 폐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또는 폐지되나=최근 경제난을 반영,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경제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그간 외면해왔던 한나라당의 감세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정책의 각론에선 여전히 차이가 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둘러싸곤 미묘한 흐름이 있다. 당초 열린우리당의 입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였다. 하지만 요즘 상황이 바뀌었다. 당내 시장경제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공연하게 폐지 얘기까지 나온다. '친기업적'이란 이미지 때문에 몸을 사렸던 한나라당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수도 이전 재점화=한나라당은 수도 이전 논의를 재점화한다는 방침이다. 당 지방자치위원회는 이날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며, 행정수도는 과천 수준이어야 하고, 건설 예산은 최대 11조원 내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이미 끝난 얘기라고 일축한다. 언론 개혁 문제도 두 당 간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낸다. 열린우리당은 특히 신문의 소유지분 제한을 입법화하려 한다. 한나라당은 방송의 불공정성이 더 문제라고 본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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