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입 안한다며 개입"의혹…이종찬씨 행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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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종찬(李鍾贊)국민회의 부총재는 국정원장 재임 시절 정치공작의 이미지에서 벗어난다며 몇 가지 의욕적인 조치를 취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는 원훈(院訓)도 '정보는 국력이다' 로 바꿨다. 그는 내부정보의 유출문제에 대해 "과거 정치개입 등 일탈(逸脫)행위 때문" 이라고 지적하며 "정치사찰.공작은 없을 것" 이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의 행적을 둘러싼 논란은 이런 약속과는 딴판이다. 퇴임(지난 5월 25일) 이후에 일어난 '언론장악 문건' 개입 의혹에다, 이번에 서울 송파갑과 인천 계양-강화갑의 6.3재선거에 관한 국정원 내부 문건(4월 13일 작성)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논란은 현 정부 수뇌진을 괴롭히고 있다. 李부총재측은 국정원의 공적업무와 관계없는 사적(私的)용도로 만들어졌다고 해명한다.

"당시 국정원의 정치관련 정보수집 인원을 대폭 줄여 李원장이 정치소식에 갈증을 느꼈다. 그래서 최상주(崔相宙)의전비서관이 정치권 주변에서 들은 얘기를 정리, 참고용으로 건네준 것" 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측은 이를 '궁색한 변명' 이라고 반박하면서 국가정보원법을 들이대고 있다. 이 법의 9조는 '원장.차장 및 기타 직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는 내용을 못박고 있다.

구체적으로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에 대해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특정정당.특정인의 당락(當落)을 위한 선거운동.선거대책회의에 관여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야당측은 "원장은 물론 전 직원에게 정치관여 금지 원칙이 포괄적용된다는 점에서 조직차원이 아닌 개인문제라는 주장은 무의미하다" 고 지적했다.

더욱이 문건에서 '계양구 청사 신축 조기 마무리' '시보조금 조기지원' 등의 선거대책이 열거돼 여당 지원 의도가 분명한 '정치관여' 라는 지적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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