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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 해남 땅끝마을 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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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남 해남군 송지면 산정 장터에서 한 상인이 삼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명철씨 제공]

요즘 전남 해남군 송지면사무소가 있는 산정2동에는 오후에 삼치 장이 선다. 새벽에 바다에 나가 조업하고 땅끝마을 갈두항으로 들어온 배에서 아낙네와 할머니들이 삼치를 떼어다 팔면서 반짝 시장이 형성된다. ㎏당 1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큰 것은 길이 100㎝, 무게 7㎏나 나간다.

최근 추자도 근해와 해남·완도 앞 등 남해안 서부에서 삼치가 많이 잡히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박종화(51) 자원환경과장은 “삼치는 난류성 어종”이라며 “봄철에 산란하러 서해 연평도 부근 등 북쪽으로 올라갔다 날이 차가워지자 수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쪽으로 다시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삼치는 그물로도 잡지만 상처를 많이 입어 상품성이 떨어진다. 멸치 등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점을 이용해 속임 미끼의 끌낚시로 잡아야 신선한다. 고등엇과의 등푸른 생선인 삼치는 모양이 가늘고 납작하다. 옛날엔 지방에 따라 마어(麻魚)·망어(亡魚)라고도 불렸다. 모양이 흉측하다고 사대부들은 먹지 않았다고 한다. 삼치는 성질이 급해 잡힌 뒤 금방 죽는 데다 지방질이 많아 쉽게 상하기 때문에 보통 구이나 찜으로 요리한다. 그러나 맛이 고소하고 육질이 부드러워 회가 별미다. ‘씹지 않아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살이 매우 연해 대개 껍질을 벗긴 뒤 살짝 얼려서 회를 뜨며 참기름·파·고추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장을 찍어 먹는다. 은백색의 배쪽 살을 최고로 친다.

삼치의 지방은 EPA·DHA 등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이어서 건강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억제한다고 알려졌다. 김이나 묵은 김치와 함께 먹으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땅끝마을 문화해설사 이명철씨는 “가을에 찬바람이 불면 삼치 회와 장맛, 생김, 따뜻한 밥과 어우러져 내는 맛이 그만”이라고 말했다.

땅끝마을에서는 24~25일 삼치축제(문의 011-9111-4388)가 열린다. 땅끝 음식점 주인들이 삼치 요리를 시연하고 관광객들과 함께 나눈다. 삼치잡이 배 입항시간에 맞춰 현장 판매하는 장도 선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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