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생선장수 조심" 냉동품 활어로 속여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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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저씨, 부산에서 왔는데 늦는 바람에 거래처 사람을 못 만났습니다. 자연산 횟감을 공짜로 드릴테니 나중에 명함보고 주문하세요. "

회사원 李모(30.서울 노원구 공릉동)씨는 며칠 전 퇴근시간 정체길에 냉동차를 몰고 승용차 옆으로 다가온 20대 청년들로부터 솔깃한 제의를 받았다.

갓길로 차를 세운 李씨에게 청년들은 냉동차 뒷문을 열고 얼음이 채워진 흰 스티로폼 상자 속에 든 생선들을 보여줬다.

이들은 각각 20만~30만원 정도의 가격이 표시된 영수증을 제시하며 "구하기 어려운 자연산 광어와 홍어.민어.옥돔" 이라고 설명했다. '○○수산' 이란 상호와 성명.전화번호가 적힌 명함도 건넸다.

李씨가 얼떨떨해 하는 사이에 능숙한 솜씨로 승용차 트렁크에 네상자를 옮겨실은 '청년들은' 소주값이나 하겠다며' 상자를 옮겨 실어주고 10만원을 요구했다.

李씨는 '공짜로 받기엔 미안하다는 생각에 '8만원을 줬다. 이들이 떠난 뒤 명함의 번호로 전화를 건 李씨는 속은 것을 알았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플라스틱 공장인데 그런 문의전화가 많이 와 경찰에 신고했다" 며 "싸구려 생선을 속여 파는 사람들에게 당한 것" 이라고 말했다. 李씨는 1만~2만원에 불과한 값싼 냉동 생선을 비싼 값에 산 셈이었다.

저렴한 생선을 화려하게 포장해 냉동차에 싣고 다니며 산지에서 직송된 자연산이라고 속여 수도권 교통정체 지역에서 '운전자를 상대로 '고가에 판매하는 신종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똑같은 사기극을 당한 金모(45.자영업.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수법이 하도 교묘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경찰이 반드시 단속해 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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