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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학교와 학생을 바꾼 교장 선생님들의 공통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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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 용인시 풍덕고의 임계화 전 교장은 교사들에게 “교장이 고달파야 학교가 발전한다”는 말을 자주했다. 실제 그는 매일 오후 11시에 퇴근했다. 단 한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어도 학교를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과로가 겹쳐 여러 번 앓기도 했다. 그래도 행복했단다. 그는 올 2월 퇴임했지만 교장으로 일했던 6년간 학교는 확 달라졌다. 수능 하위권 학생은 5년 전의 5분의 1로 급감했다.

중앙일보는 하위권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린 교장의 리더십을 소개했다.  

임 전 교장, 오용근 전 세종고 교장은 열정으로 학교를 바꾼 이들이다. 헌신적인 희생으로 학생 실력을 끌어올리고 학부모의 믿음을 샀다. 교장에 따라 학교의 명운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교장들은 여전히 좁은 ‘교장실’ 안에 갇혀 있다. 학생·학부모의 목소리를 듣고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며 학교를 바꾸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안락 의자’에 앉아 권위만 즐기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본지가 서울시내 교장 227명의 프로필을 분석한 결과 교장들은 ‘붕어빵’ 이력을 갖고 있었다. 사범대나 교육학과를 나와 30년 가까이 학교에 몸담았다. 최소한의 학교 근무 경력(현재 23년)과 가산점(석·박사 학위 보유 점수, 담임·부장 보직 점수 등)을 갖춰야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 승진 시스템 때문이다. 승진 심사 때 교사나 학생·학부모의 평가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도쿄 와다중학교의 교육 개혁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폐쇄 위기에 있던 이 학교를 학력 1위 학교로 거듭나게 한 사람은 교사 출신의 교장이 아니다. 리크루트 회사 간부 출신인 후지와라 가즈히로(藤原和博)였다. 한국은 이런 개혁이 요원하다. 교직 경력이 부족한 외부 인사가 교장이 되는 일이 막혀 있어서다. 학교 담장 밖의 변화에 둔감한 교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능력 있는 외부 인사를 교장으로 세울 수 있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교장평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수도권 교장의 94%가 교사·학부모의 평가를 받겠다고 한 것이다. 이들의 열린 마음과 열정적인 교장들의 모범 사례가 전국 학교에 확산됐으면 좋겠다.

박수련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