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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공무원노조 단체협약 황당한 내용들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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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구(區)는 조합원들이 정시 출퇴근하도록 부서장이 솔선수범하도록 하며 정시 출퇴근에 대한 부서장의 개입을 금지한다.”

지난해 대전 중구 공무원노조가 구청장과 맺은 단체협약 중 일부다. 중구청은 근무시간을 바꿀 경우 반드시 조합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이 22일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노조가 맺은 단체협약 112개에 이처럼 부당·불합리하거나 위법 소지가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표 참조>

이 자료에 따르면 순천시와 김제시의 단체협약에는 ‘조합원이 사망한 경우 배우자나 자녀, 또는 형제자매 1인을 우선 채용하도록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순천시는 서울로 대학을 간 노조원 자녀들이 기거할 수 있는 ‘순천학숙’ 건립에 나서기로 약속했다. 대전 중구는 공로 연수자가 해외 연수를 떠날 경우 배우자의 체류비용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일을 덜어 보려는 단체협약 사항도 많았다. 경남 창녕군은 체납세 징수 보고가 직무 피로를 가중시킨다며 반기 1회 이내로 축소하자는 협약을 맺었다. 일부 지자체와 노조는 ▶6급 공무원의 책상을 ‘T형 배치’에서 직원들과 마주보는 형태로 전환할 것(영광군) ▶부서별로 중앙지 1부, 지방지 1부를 노조가 정한 것으로 구독할 것(해남군) 등 세세한 사항까지 단체협약에 명시했다.

이에 반해 조합 활동에는 제약이 거의 가해지지 않았다. 광주광역시는 노조 운영위원이 부서 형편상 조합 활동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부서 이동을 요구하면 노조와 협의하도록 했다. ▶조합 활동 시 필요한 차량 제공(광명시·시흥시 등) ▶조합 간부 등의 업무 부담 최소화로 조합 활동에 전념토록 보장(거창군)과 같이 노조관계법과 공무원법에 어긋나는 단체협약 내용도 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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