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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6명 인천화재현장 체험학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병든 어른 문화가 싫어요."

지난 6일 오후7시쯤 인현동 호프집 화재참사 현장을 둘러본 인천시 남구 학익동 인하대부고 1학년 남윤지(南潤志.16)군의 말이다.

시커멓게 그을린 건물, 불에 녹아내린 간판은 55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을 생생하게 불러일으켰다.

南군은 이날 2시간여동안 현장 인근 유흥가에서 이영준(李怜俊).최길웅(崔吉雄)군 등 1학년 친구 5명과 함께 '체험학습' 을 했다.

체험학습이란 고교 1학년에게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현장 답사를 하고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는 제도로 지난 4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다.

南군은 "평소 청소년 문화에 관심이 있던 차에 이런 참사가 생겨서 주제로 선정하게 됐다" 면서 "참사를 보고 느낀 우리들의 심정과 청소년 정책의 대안 등을 제시하는 문화실태 보고서를 만들 것" 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에 낼 보고서에는 화재 현장 및 여전히 10대들로 흥청거리는 인근 유흥업소의 현황을 담은 사진도 함께 실을 예정이다.

南군 등은 또 이번 참사와 관련, '청소년의 나아길 길' 을 주제로 1학년 1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할 예정이다.

이들은 10일 낮12시쯤에도 현장을 찾아 주변 상인들과 인터뷰를 했다.

팀장인 南군은 "어른들의 병든 문화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비뚤어진 10대 청소년 문화를 고치기 어렵다" 고 꼬집었다.

같은 팀 박성웅(朴成雄.16)군은 "어른들은 안전한 유흥업소에 가는데 돈 없는 학생들은 화재에 무방비인 호프집에 간다" 며 "건전한 놀이공간이 가장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장운용(張云墉.16)군은 "희생 당한 우리 또래 아이들을 보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며 "우리의 주변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고 위험하다" 고 말했다.

1학년 지도부장을 맡은 최근식(崔根植.41)교사는 "南군팀이 낼 보고서는 학생들이 현장 조사와 함께 대안도 제시하는 등 살아있는 체험학습의 사례가 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

인천〓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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