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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살 멸종위기 거북 '갈라파고스' 암컷 찾으면 "1만불 주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갈라파고스 섬의 홀아비 희귀 거북에게 소개팅 좀 시켜주세요. " 찰스 다윈이 그의 저서 '종의 기원' 의 영감을 얻었다고 해서 유명해진 갈라파고스 군도. 그의 후학들이 이 섬의 희귀 거북 '외로운 조지' (사진)에게 짝을 찾아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올해 77살의 이 거북은 핀타거북 종(種)의 마지막 생존자. 25년 전 짝을 잃고 혼자 남았다. TV에 출연해 자신을 '외로운 조지' 라고 부른 미국 배우 조지 가벨의 이름을 딴 이 거북은 길이 1.5m, 무게 3백㎏으로 '자이언트 거북' 의 일종이다. 조지는 기네스북에조차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동물' 로 올라있다.

'외로운 조지' 의 적적함을 덜어줄 동반자를 찾는 작업은 갈라파고스 섬 거북들이 일부 멸종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스페인어로 '거북' 이라는 의미의 갈라파고스 군도에는 16세기 탐험가들이 이 섬을 처음 발견했을 때만 해도 수십만마리의 거북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섬에 이주해 거북을 남획하면서 숫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 다윈 조사연구소가 소중히 보호.관찰하고 있는 조지는 생물학계에선 이미 잘 알려진 '귀하신 몸' 이다.

학자들은 조지와 같은 종의 암컷을 찾기 위해 전세계 동물원을 대상으로 1만달러(1천2백여만원)의 포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지난 81년 갈라파고스 군도 내 핀타섬에서는 같은 종으로 보이는 거북의 배설물을 발견했지만 배설물 임자는 결국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동물복제 기술을 이용해 조지를 복제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10일 예일대 제프리 파웰 교수팀이 조지의 DNA를 추출, 분석한 결과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3백20㎞ 떨어진 산 크리토발 섬의 거북이 조지와 가장 근접한 종자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파웰 교수는 "이번 기회에 조지가 새 짝을 찾아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고 말했다. 학자들은 조지가 이미 갈라파고스 군도 내의 암컷 몇마리를 '차버린'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고생 끝에 새 짝을 찾아준다 하더라도 친하게 어울릴 수 있을지 궁금해 하고 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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