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파일 확보 실패…문씨 노트북 하드디스크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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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언론장악 문건' 고소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형사3부(權在珍 부장검사)는 10일 문건 작성자인 문일현(文日鉉)씨가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중앙일보에 반납하기 직전 하드 디스크(기억장치)를 교체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文씨가 지난 2일 하드 디스크를 교체한 뒤 다음날 사직서와 함께 컴퓨터를 베이징(北京)특파원에게 반납했다. 이 때문에 문건작성과 관련된 파일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고 말했다. 하드 디스크를 교체할 경우 이전에 저장된 정보는 복구할 수 없다.

文씨는 검찰에서 "컴퓨터를 회사에 반납하기에 앞서 (회사에 밝히기 어려운)부적절한 내용이 있어 하드 디스크를 교체했다" 고 진술했으며 새 하드 디스크에는 기사와 관련된 파일만 복사해 저장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文씨가 문건을 작성하게 된 동기▶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에게 보낸 사신(私信)의 내용▶문건 작성에 다른 인사가 개입했는지 여부▶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문건 폭로 이후 대처 등을 규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노트북에서 작성일자가 지난 6월 28일인 손상된 파일 1개를 발견, 언론장악 문건과 관련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文씨가 하드 디스크를 교체한 이유와 장소.방법, 다른 사람이 개입했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이날 文씨를 상대로 3일째 밤샘 조사를 계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文씨가 검찰에 출두한지 48시간이 지났으나 본인이 '의혹이 해명될 때까지 검찰에 남아있겠다' 고 해 귀가시키지 않았다" 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까지 文씨는 참고인 신분이며, 하드 디스크를 교체한 것이 증거인멸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이종찬 부총재의 보좌관 최상주(崔相宙)씨와 비서관 신원철(申元澈)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으며, 文씨의 문건 작성.전달에 개입한 인사가 드러날 경우 모두 소환키로 했다.

검찰은 文씨가 李부총재로부터 촌지 성격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이번 사건의 본류가 아니며 수사 인력도 부족하다" 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文씨가 지난달 25일 문건이 폭로된 이후 통화한 국내 인사를 찾기 위해 금명간 SK상사 중국본부를 통해 文씨의 통화내역서를 추가로 입수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이후의 통화내역서는 중국 전화회사의 요금 산정방식에 의해 오는 20일이 돼야 확인 가능하다" 며 "통화내역서를 최대한 빨리 입수, 분석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김상우.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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