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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춘천 새희망쉼터 엄형식 사무국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더 추워지기 전에 노숙자들이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야하는데 쉽지않네요."

춘천 새희망쉼터 사무국장 엄형식(嚴兄植.27)씨는 춘천지역 노숙자 15명이 한겨울을 보낼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嚴씨가 이곳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4월. 98년 춘천지역 종교지도자들이 노숙자를 위해 만든 새희망쉼터가 무료급식등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嚴씨는 노숙자들이 제 때에 식사를 하는등 생활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허물어진 정신을 되찾도록 하는 정신치료사 역할도 해야했다.

이 때문에 노숙자들이 집단으로 기거하고 있는 공지천 분수대 옆 텐트와 수영장옆 다리밑 텐트를 수시로 찾았다.

자포자기 심정에 알콜에 젖어 사는 바람에 몸과 마음이 피폐했던 노숙자들은 차츰 嚴씨의 보살핌에 감동,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열의를 보였다.

수영장옆 노숙자들은 약초를 캐거나 개구리를 잡으러 나섰고 분수대 옆 노숙자들도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嚴씨는 이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차비및 장비등을 마련해주거나 대여해주고 일을 해 벌어들인 돈은 자립을 위해 저축하도록 독려했다.

추석전인 지난 9월에는 1박2일 일정의 노숙자 수련회를 통해 자활의지를 붇돋아 주기도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생긴 걱정은 이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숙소 마련. 嚴씨는 지난달말 이들을 여인숙에 단체 수용키로 했으나 여인숙 주인과의 마찰로 별도의 숙소를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 놓 고 쉴 수 있는데다 시설비및 운영비가 적게 들어가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각 교회가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을 맡으면서 노숙생활 열흘이 넘으면 정신과 육체적으로 피폐해지는등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嚴씨는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적인 안전망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嚴씨는 한림대 사회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으로 노숙자를 위한 일을 하면서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사회문제를 체험하고 있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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