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TP 일곱 사장 이야기 ② TTM 최유진 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5면

방열산업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TTM의 최유진 대표가 방열제품의 성능과 시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기업의 신뢰를 더했다. [사진=조영회 기자]

천안 직산의 충남테크노파크(CTP)가 올해로 창립 10년을 맞았다. 그동안 CTP는 충남의 17개 대학이 참가해 기업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많은 우량 기업을 키워냈다. 그 중 일곱 명을 뽑아 창업스토리를 담은 책을 펴냈다. 그들을 밀착 취재해 싣는다.

7년간 미국생활 접고 귀국, 전자통신기기 방열시스템 올인
올해 매출목표 50억원 이미 달성

눈물이 났다. 자신의 처지가 서럽고 불쌍했다.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고생하는 부하직원들을 보니 더욱 가슴이 아팠다. 회사가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 자신이 택한 길이 맞는 것인지 의심하고, 후회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당당히 일어섰다. 창업 당시 불과 예닐곱에 불과했던 직원이 지금은 50명에 가까워졌다.

2003년 창업 첫해 매출이 2000만원에 불과했지만, 5년 후인 2008년에는 매출 15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그보다 3배 이상 많은 50억원의 목표를 세웠다. 이 조차도 연초에 이미 목표를 넘어설 정도로 회사는 급성장했다.

조금은 생소한 방열사업에 뛰어들어 이 분야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TTM. 과거를 잠시 회상하던 최유진(41) 대표는 또 다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엔지니어의 꿈을 키우다=초등학생 시절 최유진은 산부인과의사가 꿈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커가면서 자꾸 엔지니어링 쪽에 눈길이 갔다. 대학 입학 무렵 아버지에게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돌아온 건 호통뿐이었다.

아버지, 당신이 심어주던 꿈과 자신의 생각이 달랐던 그는 꿈꾸던 미래와 상관없는 대학에 다니면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다.

1994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오하이오대학 항공우주공학과 학부생으로 편입했다. 이후 어렵게 장비 방열 관련 업체인 THERMO 네슬렙이란 회사에서 꿈의 한 단계를 이뤘다. 이곳에서 최신 장비 개발기술은 물론 소규모 팀 단위의 개발회사 경영 노하우도 배웠다.

◆창업을 꿈꾸는 엔지니어=최 대표는 퇴근 후 한국계 IT기업 파트타임 직원으로 또 다른 일을 배우면서 창업을 준비했다. 우선 국가간 상품 소개나 시장 진입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 커피전문점과 건강기구, 유기농 제과제빵 분야에서 첫 일을 시작했다. 아무런 인맥도 없던 그의 무기는 오직 ‘발품’이었다. 부지런함을 인정받아 각 업체에서 판매권을 따냈지만, ‘판로’라는 큰 장애물을 만나 이내 일을 접어야 했다. 사업을 이어나가진 못했지만 ‘시장성 조사’ 등 사전 준비의 중요함을 뼈에 새기고, 다시 다른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고 또 회사를 창업하고 싶은 꿈을 계속 간직해왔다”고 말했다.

◆충남테크노파크(CTP)를 만나 창업하다=2001년 11월, 7년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한 그는 바로 전자통신기기의 방열 시스템 사업을 진행한다.

업체를 돌아다니며 “모든 전기전자 제품과 통신장비에 꼭 필요한 것이 방열시스템”이란 점을 홍보하고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업체는 하나도 없었다.

선배 회사에 개발담당 이사로 취직해 ‘방열산업’ 아이템을 좀 더 구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직장일과 함께 창업 준비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2년 만에 사직서를 내고 다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이때 기술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받아준 곳이 충남테크노파크(CTP)다. 최 대표는 “수원과 안산, 천안 등 3곳을 살펴보고 입주를 고민했을 당시 CTP직원 김재강씨가 친절히 설명하고, 안내해 이곳에서 자리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고난이 맺은 결실=CTP라는 큰 조력자를 만났지만 사업 번창으로 쉽게 이어지진 않았다. 창업초기 직원 한 명 없이 혼자 출근하고 사무실 집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후 제품을 개발하면서 CTP 등에서 지원자금을 받았지만 통장은 언제나 말라있었다. NANOTIM PCM이란 방열소재와 MTRAN이란 방열부품 등 ‘대단한’ 결과물도 얻었지만 제품을 생산할 공장과 장비가 없었다.

2003년 창업한 TTM은 2년 전만해도 직원 20명 가운데 3분의 1정도를 줄이고, 월급도 깎아야 할 정도의 극심한 운영난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공장과 사무실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해 CTP에 납부기한을 유예 받는 아픔도 겪었다. 2년 동안 어린 자식들과 아내 얼굴을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보지 못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이 때 직원들과 함께 매일 두 끼씩 라면으로만 배를 채웠다. 그것이 미안해 가끔 다른 것도 시켜먹자고 제안하면 “그냥 이것만 먹겠다”며 오히려 직원들이 배려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는 것 이외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직원 월급이 수 개월씩 밀리기는 것도 다반사였다. 2005년 추석에는 직원들에게 차비라도 주기 위해 여기저기 돈을 구하러 다녔다. 간신히 돈을 만들었지만 1인당 10만원도 되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돈을 전달하던 최 대표는 눈시울을 붉혔다. 미안한 감정도 있었지만, 직원들이 오히려 그를 위로하면서 작은 선물을 전달했던 것이다.

이렇게 똘똘 뭉친 사장과 직원들이 일을 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발로 뛴 결과가 2007년부터 두각을 드러낸다. 세계적 조명회사인 오스람과 파트너 기업으로 등록했고 2008년 LED 시장 활성화로 인해 방열제품 시장도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것이다.

결실을 맺기 시작한 TTM은 고마움의 대가로 CTP에 주식 1000주(액면가 주당 5000원)를 기증했다.

직원들과의 신뢰와 가족 같은 믿음이 있었기에 이 회사에는 자녀 양육 때문에 퇴사한 여직원 1명을 제외한 창업 당시 직원 5명이 모두 근무하고 있다.

◆‘신뢰’가 경영 노하우=최 대표는 먼저 시작한 사람의 성공열매는 더 크다고 말한다. “신념을 갖고 노력하면 비록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또 다른 가능성을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창업에 앞선 이들에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여러 지원프로그램을 활용하라” 그는 회사의 규모와 기술 내용에 따라 5000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지원 프로젝트 리스트를 만들고 무조건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원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자금뿐 아니라 외부의 네트워크와도 연계돼 목표를 잃지 않고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들에 대한 선입견도 버리라고 했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에 대해 합리적이고 개인적인 성향만을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에 더 감동하고, 이를 해외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적지 않은 실적을 올렸다.

적재적소의 홍보는 필수요소다. 초기에 제품 콘셉트가 잡혔을 때 그는 먼저 해외 기술잡지에 TTM광고를 냈다. 해외 기업들은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믿음이 생기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신문 지면광고를 통해 수많은 계약을 체결했다.

김정규 기자

◆전자통신기기 방열사업=냉장고·세탁기를 비롯한 일상 가전제품과 컴퓨터, 인터넷 통신망이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냉각시스템을 말한다. 초소형 냉각시스템에는 젤 형태의 그리스, PCM, 히트파이프 등이 사용되며, 제품 전체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TTM 조직 들여다보기

경계를 넘나드는 조직
최유진 대표는 수없이 조직도를 그렸다.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앞으로 회사의 성장과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초기 소수인원으로 효율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 기계적인 업무 분담이 아닌 상황에 따라 역할 구사가 가능한 조직을 만들었다. 크게 2개의 그룹으로 소속된 그룹 안에서 업무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도록 짰었다.

2008년 매출이 급증하면서 기술개발 외에 생산과 고객대응 업무가 늘었다. 이 시기부터는 멀티플레이어 중심의 조직형태가 오히려 일을 방해하는 요소가됐다. 이 시점을 계기로 확실한 개인 업무를 규정함으로써 조직원들 각자의 업무 책임을 강화했다.

소통으로 창의력 극대화
사장, 상사가 일방적으로 제안하고 일을 진행하지 않도록 한다. 창업 초기부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인 브레인스토밍 회의는 사장과 사원 구분 없는 자유발언대였다. 이 과정에서 TTM의 핵심 기술 아이디어가 나왔고 제품의 형태도 만들어졌다. 최 대표는 조직이 커지면 생각이 경직되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억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을 얻기 위한 외부와의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부서별 팀장을 중심으로 국내외 업체와 교류하고 대학과의 연계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장을 중심으로 선도기업의 벤치마킹과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토탈 솔루션 제공하는 고객관리
TTM은 고객사 제품의 발열 여부와 정도, 제품 성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 상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발열로 인한 문제를 줄이고 완제품이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떤 시스템으로 방열제품들을 장착할 것인지 조언해 준다. 고객사의 제품이 완성된 후에는 방열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등 후속작업도 이뤄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