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풍치지구 관광호텔 허용 "총선용 선심행정" 환경단체 강력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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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부가 관광산업 육성.지원 대책의 하나로 풍치지구와 고도제한 지구안에 관광호텔 신.증축을 허용하겠다는 발표를 하자 환경단체와 서울시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지난 8일 대통령이 주재한 관광진흥확대회의 직후 정부가 "서울시 건축조례를 개정, 남산을 제외한 북한산 등 그동안 호텔허가가 나지 않았던 풍치지구와 고도지구에 관광호텔 건축을 허용하겠다" 고 발표한데서 비롯됐다.

발표대로라면 남산 일대를 제외한 평창.성북.광장.금호.안산.신월.세곡.인왕 등 서울의 23개 풍치지구 5백여만평과 9개 고도지구 2천7백여만평에 관광호텔 신.증축이 무제한 허용된다.

지금까지 풍치지구와 고도지구에는 각각 3~4층 혹은 최고 5층까지만 건축이 허용돼 왔다.

문화관광부는 현재의 관광시설 여건이라면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2002년께 서울의 호텔 객실수가 4천7백개 정도 부족할 것으로 전망돼 이같은 대책을 추진케 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환경운동연합은 9일 성명서를 통해 "총선에 대비한 선심 행정의 표본" 이라고 비판하며 정부의 방침을 비난했다.

환경련은 또 "풍치지구와 고도제한지구는 황폐하고 무질서한 서울에서 자연경관과 도시미관을 지켜온 보루였다" 며 "정부가 관광진흥을 위해 관광호텔 건축을 무리하게 허용하는 것은 관광자원인 자연자원을 훼손하는 행위" 라고 비판했다.

또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부족한 관광호텔 신축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논리에 맞서며 지켜온 도시계획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와 이미 협의까지 마쳤다" 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의 전날 청와대 보고내용에 대해 "그런 일이 없었다" 고 말했다.

경관훼손도 문제지만 앞으로 몰려들 개발민원의 압박도 자치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심각한 후유증도 우려된다.

서울은 지금까지 풍치.고도지구내에서의 주택 신.증축과 건설업체의 대규모 재개발을 엄격히 제한해 왔기 때문이다.

◇ 서울시 대책〓시는 지난 7월 '2001년 한국방문의 해' 와 '2002년 월드컵' 을 앞두고 관광.숙박시설 신축을 위한 특례지역 신청을 받은 결과 16개 지역에 신청이 접수됐다.

이중 풍치.고도지구내의 신.증축 신청은 ▶중구 장충동1~2가▶광진구 능동▶용산구 한남동 등 모두 4건.

시 관계자는 "남산 일대를 제외한 2곳은 정부의 관광호텔 확충 방침에 호응, 허용을 검토할 수 있다" 며 "그러나 모든 풍치.고도지구에 관광호텔 신축을 허용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시는 "앞으로 국무회의 등 최종 결정 과정에서 서울시의 입장이 적극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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