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돈 더준다며 일 더시키곤 '나몰라라'식 배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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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대전의 한 공장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하루종일 점심시간을 빼고 쉬는 시간없이 일에만 매달렸다. 일감이 너무 많아 쉴 틈도 없었고 공장측에서도 휴식시간을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후 6시가 넘어도 계속 일을 시키는 것 아닌가. 공장장은 일이 조금 남았는데 그냥 두고 가겠느냐며 몇시간만 더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을 더 해주면 일당에 덤을 보태주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말을 믿고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임금을 주기로 한 날로부터 1주일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계속 미루더니 2주일이 훨씬 넘어서야 돈을 주었으나, 그나마 오후 6시 이후 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다.

정식 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 학생이라고 해서 12시간 넘게 일을 시키고 일당은 늦게, 초과수당은 주지 않는 것이 바로 노동력 착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그 공장장이나 사장을 믿고 일을 해줄 마음이 들지 않았다.

임금 체불과 부당한 시간외 근무 요구같은 요인들이 중소기업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업주들은 이 점을 반성하면서 다시는 감언이설로 젊은 사람들의 기를 죽이지 않았으면 한다.

서승완 <대전시 동구 삼성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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