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 링컨대통령 얼굴 빼닮은 연쇄강도 출현 옛사진 내걸고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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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링컨 대통령을 잡아라' -.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이달초 느닷없이 미국 동부지역의 범인 수배전단에 등장했다.

현상금은 1천달러. 미 경찰은 미 동부 메릴랜드.버지니아주 일대에 4월말부터 링컨 전 대통령을 닮은 연쇄강도가 출연, 고육지책으로 이같은 수배전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범인은 짙은 눈썹에다 우뚝 선 코는 물론, 귀밑머리에서 턱까지 이어지는 짙은 수염까지 링컨을 빼닮았다는 것. 범인은 링컨이 즐겨 입던 검은 롱코트에 검은 실크햇을 쓰고 이 지역 식당과 주유소를 상대로 10여건의 범행을 저지른 뒤 유유히 사라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링컨 전 대통령이 다시 나타난줄 알았다" 며 "롱코트의 앞자락을 펼쳐 숨겨놓은 총을 내보인 뒤 총 한방 쏘지 않은 채 금전출납기에 들어있는 현금만 빼앗아 달아났다" 고 말했다.

피해액수가 적어 신경을 쓰지 않던 경찰도 19세기 복장을 한 범인이 10여번이나 출몰하는데도 잡지 못한다는 비난이 일자 현상수배에 나서는 등 뒤늦게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한 끝에 수배전단에 아예 링컨 대통령의 사진을 실어 배포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즉각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을 모욕하는 처사" 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찰은 "목격자들이 한결같이 링컨을 빼닮았다는 것 말고는 다른 기억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었다" 며 "수사진행에 따라 곧 범인 몽타주를 만들어 교체할 것" 이라고 해명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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