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억척주부 4년투쟁 20억원 손해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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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인 40대 주부 2명이 추가 납입금을 요구하는 한 건설업체와 4년 동안 '다툼' 끝에 승리했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민사1부(재판장 崔炳德부장판사)는 최근 미아동지역주택조합이 Y건설업체를 상대로 낸 '합의각서 무효 및 지체상금 반환청구소송' 에서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합의각서는 무효" 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주택조합의 납입금은 46억여원에서 28억여원으로 줄어들었다.

'억척 아줌마' 서상애(徐尙愛.47.교사), 김복립(金福立.47.주부)씨가 건설업체와 싸움에 나선 것은 95년 11월 서울 강북구 미아3동 Y아파트에 입주를 준비하면서부터. 입주 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徐씨는 미납금 1천4백만원을 더 내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바로 옆 H아파트는 1억5백만원에 입주하고 있는데 그보다 3천5백만원이 더 비싼 1억4천여만원에 입주하게 되는 셈이어서 여간 분통터지는 일이 아니었다. 4개월 뒤엔 6백만원을 추가로 납부하라는 통지가 또 날아들었다.

조합장들을 찾아다니며 이유를 따져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쓸데없이 나서지 말라는 핀잔뿐이었다.

그러다 건설업체와 조합장들이 짜고 납입금을 인상한 합의각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합의각서에는 납입금이 20억여원 인상돼 있었으며, 3백7일 지연된 준공일이 37일만 늦어진 것으로 인정돼 22억여원을 받을 수 있는 준공지연 보상금도 3억여원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에 따라 추가 납입금만 가구당 2천만원 이상씩 늘었다. 아파트 부녀회장이던 金씨와 힘을 모은 徐씨는 이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총회를 열어 조합장들을 해임시키고 새 조합장들을 선출했다.

매일 저녁 새 조합장 김상균(金相均.42.회사원)씨 집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그리고 진정서를 들고 구청.경찰서.감사원.국회의원.청와대 등 가볼 만한 곳은 모두 찾아다녔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사인(私人)간 분쟁' 이란 대답뿐이었다. "억울한 하소연에 귀기울인 관청은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우리 힘으로 건설업체의 횡포에 맞서야 했습니다. "

건설업체는 준공검사도 미룬 채 46억여원을 추가로 납부하지 않으면 아파트를 경매에 부치겠다며 매달 조합원들에게 경매최고장을 보냈다.

조합원들은 결국 97년 12월께 서울지법 북부지원에 합의각서 무효소송을 냈다. 조합원들을 찾아다니며 납입금 영수증을 모으고 전(前)조합장들과 건설업체 직원들을 상대로 증거자료를 모았다.

컴맹이던 徐씨는 컴퓨터를 익혀 1백23가구의 납입금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모함도 당하고 고소도 당하는 말못할 고초를 겪었습니다. 모든 걸 잊고 떠나고 싶어도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

주택조합측은 이중으로 계산된 토지비 미납금 9억여원과 부당하게 청구된 건축비 미납금 2억5천여만원은 지불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1심에서 1백54일로 인정된 준공 지연일이 최소 2백74일이라며 지난달 27일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이에 대해 Y건설측은 "조합대표인 조합장들이 합의한 합의각서이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판단돼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며 "주택조합측에 토지대금을 빌려줬는데 원금 일부와 이자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공사비 일부도 받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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