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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의 열정, 꼴찌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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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도 용인 풍덕고 임계화 전 교장(왼쪽에서 다섯째)이 재임 기간 조성한 학교 정원에서 류수열 교장(맨 왼쪽)·학생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도훈 인턴기자]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풍덕고 교무실. 주경애(46·여) 국어교사가 수업이 없는 틈을 이용해 컴퓨터를 켰다. 그러자 올 1학기에 찍은 후배 국어 교사의 수업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나왔다. 주 교사는 “잘 가르치는 동료 교사의 수업을 벤치마킹해 활용한다” 고 말했다. 이날 4교시 2학년 영어수업 시간. 엎드려 자거나 딴짓 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고준성군은 “ 학원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공부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5년 전만 해도 이 학교의 교실 풍경은 딴판이었다. 성적이 좋은 중3들은 다른 고교에 진학하고 중하위권 학생만 입학해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 결과 2005학년도 수능 에서 고3 전체의 70%이상이 하위권 등급(6~9등급)을 받아 ‘꼴찌 학교’로 낙인 찍혔다.

이런 학교에 기적이 일어났다. 2009학년도 수능 성적 하위권 등급 비율이 10%대로 급감한 것이다. 중앙일보가 전국 1155개 일반계 고교를 대상으로 5년간 수능 성적을 조사한 결과 성적 향상도 1위를 기록했다.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교사들은 임계화(62·여) 전 교장의 ‘열정’을 꼽는다. 그는 2002년 가을 이 학교에 부임해 올 2월 퇴임했다. 그는 학업의지가 없는 학생을 붙잡고 매일 15분씩 영어듣기를 시켰다. 추석과 설날을 제외하고는 오후 11시까지 교실을 개방하고 주말에도 급식을 제공했다. 그런 교장의 열정이 ‘꼴찌들의 반란’을 몰고 온 것이다.

박수련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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