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비 고민말고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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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에 사는 강희순(78) 할머니는 20년 넘게 관절염을 앓아왔다. 하지만 5남매를 키우며 행여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아프단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

“연골주사도 맞고 부황도 떠봤지만 소용없었어. 잘 걷지도 못할 정도야.” 그런 강 할머니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목동 힘찬병원이 저소득층 주민을 위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무릎관절염 무료시술사업’ 소식을 들고 강 할머니의 아들이 사연을 올려 뽑힌 것이다. 강 할머니는 “아들에게 고맙고, 의사선생님과 병원에 고맙다”며 미소지었다.

“무릎관절로 고생하던 환자가 반지하 전세 보증금을 빼 수술을 받겠다고 온 적이 있었습니다. 전세보증금 300만원조차 빌린 돈이라고 했죠. 수술 후 어떻게 살아갈 지 막막할 텐데도, 무릎의 고통이 너무 심해 그런 결심까지 했던 거지요.” 목동 힘찬병원의 이수찬(47) 대표병원장이 ‘무릎관절염 무료시술사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다.

목동 힘찬병원 무료 진료 사업 나서
한화그룹이 지원하는 이 사업은 힘찬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관절염 수술이 필요할 경우 수술비와 10일쯤 걸리는 입원 등의 모든 비용(한쪽 무릎 수술에 약 250만원)이 무료다. 힘찬병원은 한해 1만 건 이상의 관절수술을 시행하는 국내 관절수술건수 1위의 의료기관으로 발표된 바 있다. “그저 좋은 일도 하고 살자”는게 소신이라는 이 원장은 2003년부터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독거노인을 위해 쌀을 보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다. 무료시술 역시 이런 맥락에서 출발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자 의사로서 가장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일 뿐”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시술을 받으면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는데도,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원장은 무릎관절염의 원인으로 비만, 외상, 잘못된 생활습관을 꼽았다. 그는 특히 “관절염의 첫번째 원인이 미국인은 비만인데 비해 우리는 잘못된 생활습관입니다.무릎을 꿇거나 쪼그리고 앉는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7배의 하중이 무릎에 가해지죠.” 여성대 남성 비율도 미국이 6:4인데 비해, 한국은 9:1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생활습관을 무심히 여긴다는 점이라고 이 원장은 꼬집는다. “통증을 느끼면서도 습관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염증을 더 악화시켜 회복할 수 있는 자생률을 낮추는 거죠.”

관절치료 방문간호팀 꾸려 재활 도와
이 원장은 처방을 해도 재활에 힘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관절치료 방문간호 전담팀을 만들었다. “저녁 약을 아침에 먹기도 하고, 방법을 잊어서 엉뚱한 운동을 하는 환자가 많더군요.” 차 6대와 운전기사, 전문 간호사 6명으로 구성된 방문간호팀은 평소 생활습관, 약 복용법과 병원에서 못 물어봤던 질문들을 받아 재활을 돕는다. 물론 전액 병원지원이다. 2005년부터 시작해 벌써 3만 가구를 찾았다. “필요한 만큼 찾아갑니다. 한 환자의 집을 5번 들르거나, 제주도까지 간 적도 있어요.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환자가 병원과 의사를 신뢰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지난 8일엔 양천구청이 힘찬병원과 협약을 맺고 ‘무릎관절 무료시술사업’에 동참했다.구청에서 관내 저소득 주민 중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추천하면 병원에서 무료시술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오전부터 줄줄이 늘어선 예약 진료에도 이 원장은 피곤한 기색이 없다. “올해 100명의 환자를 시술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직 42명 밖에 신청하지 않았어요. 아마 이런 무료시술사업이 처음이라 미심쩍어 하는 것 같아요. 이제 양천구청이 적극 나서줄 테니, 연말까지는 목표를 채울 수 있겠죠.” 무릎관절 무료시술은 양천구 해당 거주지 동주민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사진설명]무릎관절은 우리에게 맡겨달라! 무릎관절 무료시술 사업을 시작한 목동힘찬병원의 정형외과팀. 박현희(23)간호사, 이수찬(47)대표원장, 김은미(23)간호사, 김은지(22)간호사(왼쪽부터).

▶문의= 02-2620-3851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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