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시들어진 대학농구의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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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대학농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

27일 개막된 대학농구연맹전을 지켜보던 한 농구 원로의 개탄이다. 코트는 열기가 없었고 텅빈 관중석에는 선수 가족과 몇몇 관계자만 있을 뿐이었다. 황폐해진 아마추어 농구의 현주소다.

지난 97년 프로농구 출범 당시 "대학 중심으로 아마 농구를 재편해 프로와 일전을 벌이겠다" 던 농구협회의 장담이 무색하기만 하다.

대학연맹의 한 관계자는 "이젠 연세대.고려대의 라이벌전에도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농구인들은 자금도, 기획력도,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없는 농구협회의 무능과 무책을 꼬집는다.

프로농구 시대에 아마농구의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자생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협회의 재원은 김상하 전 회장 시절 적립된 기금 35억원에 대한 이자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발전기금이 전부다. 기업인이 회장을 맡던 시절엔 '출연금'이라도 있었지만 현 회장 취임 후엔 없다.

자금이 부족하면 규모에 맞는 살림과 알찬 기획이 필요한데 협회는 좋았던 시절의 타성에서 벗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흥행을 의식, 연세대.고려대를 예선리그 한조에 배정했던 이병희배 대회는 참혹한 실패로 끝났다. LG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이번 대회 스폰서료는 3천만원에 불과하다.

개막일까지 협회는 중계를 맡은 SBS측과 중계권료 협상도 마무리짓지 못했다. 한 대학감독은 "아마농구는 지금 빈사상태" 라고 토로하고 "협회에 아마농구를 소생시킬 대책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답답해 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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