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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공정위원장 웬 '전경련 훈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아무리 경제장관이라 해도 민간경제 단체의 조직과 성격에 대해서까지 왈가왈부하는 것은 월권 아닙니까. " 한 전국경제인연합회 간부의 말이다. 다른 임원은 "우리나라엔 결사(結社)의 자유도 없습니까" 라며 혀를 찼다.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이 업계 초청 간담회에서 전경련 조직 문제를 언급한 28일 오후 전경련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되레 재계에 대해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공정위 위원장의 말에 반발하는 것처럼 비춰지지 않을까 조심하는 분위기였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차기 전경련 회장 선출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나온 이런 발언이 어떤 '메시지(□)' 를 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전경련은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반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너 중심의 전경련 조직을 타파하는 문제를 심도있게 재검토해야 한다" 는 것이 田위원장의 발언 요지. 물론 그의 발언엔 음미할 대목도 적지 않다.

'정경유착, 불균형 발전 초래' 등 재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높아지고 있음을 전경련은 깊이 유념하고 자성해야 한다.

전경련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처럼 전경련 회장은 반드시 '대그룹 오너' 중에서만 나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경제부처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민간단체의 운영에 콩나라 팥나라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경련은 엄연히 재계 경영자들의 친목단체이자 이익단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개혁을 추진하다 보면 당사자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이는 협의를 통해 해소해 나가는 것이 바른 수순인데 무조건 '반개혁' 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정부가 할 행동은 아니다.

원칙주의자로서 국내에서 공정거래 질서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田위원장은 최근 펴낸 저서 '경쟁이 꽃피는 시장경제' 에서 "정부는 최소한의 룰만 제시해야 한다" 고 적었다.

그가 과연 '최소한의 룰' 만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민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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