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쌀 상표 홍수 ‥ 소비자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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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주부 姜미영(35.전주시 덕진구 우아동)씨는 요즘 쌀을 사러 할인마트 등에 가면 머리가 혼란스럽다.

같은 지역에서 출하되는 쌀인데도 수십종의 상표가 붙은 것들이 진열대에 죽 널려 있어 어떤 상품이 좋은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姜씨는 "같은 품종의 쌀을 상표만 달리해 파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기 보다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상술" 이라고 말했다.

쌀의 이미지와 판매 촉진을 위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 쌀' 이 난립, 소비자들의 선택에 혼란만 주고 있어 '구조조정' 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5일 전북농협 등 시.군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브랜드 쌀' 은 1백60여종에 이른다.

지난 96년(20여종)에 비해 8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들 '브랜드 쌀' 중 지난 97년 전북도와 농협이 함께 개발한 'EQ-2000' 과 '지평선 쌀(김제)' '메뚜기 쌀(장수)' '춘향골쌀(남원)' '황토쌀(고창)' '강과 강사이(익산)' 등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것은 6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1백50여종은 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이나 개인 도정공장들이 자체 개발한 것.

그러나 이들 '브랜드 쌀' 의 품종은 '일미' '동안' '대산' '금남' 이 80%로 상표는 달라도 같은 쌀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김제시 금만농협의 경우 벼 품종이 '동안' '일미' 인데도 '금만평야 간척지쌀' '먹고 싶고 주고 싶은 쌀' '품질인증미' 등 3종류의 상표로 판매하고 있다.

김제 진봉농협도 마찬가지로 '금만쌀' '진봉인증미' 'EQ-2000' 등을 시중에 판매한다.

관계전문가들은 "쌀은 대체로 품종이 품질을 결정하므로 비슷한 밥맛을 가진 것끼리 브랜드를 단일화하는 구조조정을 해야 소비자들이 선택에 혼란을 겪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관계자는 "일부 지역농협들이 쌀의 차별화를 위해 각기 다른 상표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소비자들의 문의나 항의가 잇따라 지역별로 공동브랜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고 말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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