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넘어] 6. 차 한잔의 토론 '철학 카페'성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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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파리 생 제르맹에 있는 드 플로르나.오 되 마고 등 유명한 카페에는 사르트르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이들 카페를 찾았던 수많은 지식인들의 사인이 담긴 종이받침들만이 당시의 분위기를 증거할 뿐이다. 오히려 지금은 상업적 냄새가 물씬 나는 관광명소란 인상이 짙었다.

그러나 파리 바스티유 광장 북쪽 '카페 드 파르' (등대카페)는 달랐다. 프랑스만의 새로운 전통인 '철학카페'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여름의 마지막 햇살이 뜨겁던 9월초 취재팀이 찾았을 때는 오전 11시인데도 노천 테라스에서 30평 정도의 실내까지 1백여명이 빼곡이 들어찼다.

20대 학생에서 60대 노부부 등 세대와 계층의 사람들이 참석한 토론회가 시작되자 사회자가 그날의 토론 주제를 선정했다.

한 청년이 일어나 제시한 '사회적으로 정당한 폭력이 있을 수 있는가' 를 비롯, 한 아가씨가 제안한 '역사에서 과연 아름다운 시대는 존재했는가' 등 여러 주제를 놓고 사회자가 하나의 주제를 선정했다.

거수 표결을 한 적도 있립?요즘은 과거의 토론 주제와 참가자들의 반응을 고려해 사회자가 정한다. 이날의 토론 주제는 한 중년신사가 제안한 '행복은 과연 좋은 삶인가' 로 낙착됐다. 회비 없이 차 한잔만 시키면 그만인 이같은 철학카페는 현재 파리에만 18개, 전국에 1백여개가 있다.

92년 강단에 갖힌 철학을 열린 토론의 광장으로 이끌어 낸 인물은 파리 정치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던 마크 소테가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날 사회자는 귄터 고랑 파리1대학의 법학과 교수. '우연히 들렀다 3명의 사회자 중에 한명이 된 '그는 "현대인들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어 철학을 다시 찾게 되는 것 같다" 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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