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화시설 '사각지대'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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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부산 강서구에 사는 회사원 鄭수현(35)씨는 주말에 가족과 함께 공연장이나 영화관을 찾고 싶지만 대개는 금방 포기하고 만다.

교통체증을 뚫고 1시간 넘게 걸려 공연장이나 영화관이 많은 서면이나 남구 쪽으로 갈 생각만 하면 맥이 확 풀리기 때문이다.

반면 부산 중구에 사는 韓흥기(38.회사원)씨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생각이 나면 가족을 데리고 공연장이나 영화관에 간다.

부산.대구.울산 등 지역 도시에 있는 문화 시설들이 지역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하다.

일부 구에는 공연장.화랑.영화관 등 문화 시설이 넘쳐나고 있지만 대다수 구는 문화 시설에서 거의 소외돼 있다.

부산지역의 공연장.미술관.영화관.도서관 등 문화시설은 모두 83군데. 이중 60%에 가까운 50여 곳이 16개 구.군 가운데 중구.해운대.남구.동래구.수영구.진구 등 6개 구에 몰려 있다.

해운대구.중구에 각각 12개와 8개의 문화시설이 있는 반면 영도.강서.사하.기장군은 문화시설이 한 곳도 없다.

북구와 사상구에는 영화관(2개).화랑(1개)만 있을 뿐 공연장.전시장이 없다.

이런 현상은 대구시도 마찬가지. 인구 16만여 명의 신도시인 북구 칠곡택지개발지구는 문화 사각지대나 다름 없다.

금호강 건너편 '강북지역으로 도심에서 40여분 거리인 칠곡아파트단지는 신시가지다.

하지만 지난 9일 문을 연 북구문화예술회관과 동아백화점 칠곡점에 있는 공연.전시장이 고작이다.

주민 박태욱(40.회사원.북구 태전동)씨는 "문화적인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만든 것이 칠곡택지지구" 라며 "잠만 자는 곳이지 사람이 생활하는 곳으로 볼 수 없을 정도" 라고 꼬집었다.

9만여 명이 살고 있는 수성구 시지택지지구도 사정은 똑같다. 수성구청이 만든 여성교육문화센터가 유일한 문화시설일 정도다.

영화.전시회 관람 등을 하려면 거의 1시간 거리인 중구.수성구 쪽으로 나가야 한다.

울산의 경우도 각종 문화시설이 현대 계열사가 있는 동구에 몰려 있다.

반면 북구에는 도서관.공연장은 고사하고 노인.사회복지회관.문화원 등 주민복지시설이 한 군데도 없다.

도시 전문가들은 "지역별 문화시설 집중현상은 교통 문제 등 많은 도시문제를 야기하는 만큼 지역 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또 "날로 늘어나는 신흥 아파트 단지 등 변두리 지역의 문화욕구 충족을 위해서도 문화시설의 분산이 필요하다" 고 주장한다.

허상천.홍권삼.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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