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회담 제의 배경] 석달만에 野에 손짓 DJ'대화정치' 모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2일 대화정치의 재개를 선언했다. 지난 7월 여권(與圈)의 내각제 연기 발표에 대한 야당의 공격으로 대화의 문이 닫힌 지 3개월 만이다. 金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의 영수회담도 지난 3월 17일 조찬회담 이후 7개월이 넘도록 열리지 못해 왔다.

金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야간의 소모적 대결이 여야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자며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이와 관련,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국민회의측이 한나라당과 협의해 영수회담을 건의해 오면 받아들이겠다는 뜻" 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도 영수회담을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金대통령은 대화정치 재개의 시점을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해임건의안의 국회 부결 처리로 잡았다. 金대통령 스스로도 그 점을 시사했다.

金대통령은 이날 리콴유(李光耀)전 싱가포르 총리 등 자민련 국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갑자기 "한가지 말씀 드릴 게 있다" 며 朴장관 얘기를 꺼냈다. "방금 국회에서 문화관광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가 종결됐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이 문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민적 관심사였습니다. 앞으로의 정국을 대화로 풀어나가야 하겠습니다. " 외국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화제와 동떨어진 朴장관 해임건의안 부결 소식을 전한 金대통령의 속마음을 짐작할 만하다. 그만큼 부담을 느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탄압 논쟁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대통령의 속마음이 드러났다" 고 여권 소식통은 분석했다.

그동안 여권 내부에서조차 대화정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컸다. 도.감청 문제를 놓고 국가정보원이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를 고발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더불어 여야 대결이 계속되면 金대통령이 다듬어온 중선거구제 도입 등 정치개혁 입법의 국회 처리가 난망하다는 점도 대화에 나서게 만든 요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金대통령이 대화정치를 선언한 이상 가파른 여야 대치상태를 풀기 위한 분위기 조성 작업이 예상된다. 예컨대 "국정원의 한나라당 李총무 고소.고발 취하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연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