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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짜리서 1박2일용까지 발기약의 진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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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호 15면

한성민 작가의 ‘은밀한 효과’. 비아그라 국내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한국화이자가 의뢰한 작품이다.

비아그라가 국내 출시된 지 올해로 10년. 약의 출현에 국제 석학들은 인류의 성문화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 예견했다. 실제로 1948년 인간의 성생활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성의학을 과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킨제이 성 보고서, 60년대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의 하나로 평가받는 경구 피임약의 등장에 못지않게 비아그라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먹기만 하면 되는 작은 알약 하나가 수많은 남성들의 말 못할 고민을 일거에 쓸어갔다. 더 강력한 사회적 영향은 성(sex)을 소재로 한 대화의 기회가 훨씬 늘어 성생활의 행복이 사회적 이슈가 되게 한 것이다. 또한 연구와 치료에 가속도를 내 현재 성의학은 다양한 방면에서 르네상스를 겪고 있다.

비아그라 국내 출시 10년, 성의학 르네상스 시대

국산 자이데나,엠빅스도 나와
발기 약의 출현은 인류 역사의 상당 부분이 그러했듯 우연이었다. 폐동맥 고혈압의 치료제를 연구하던 중 실험군에서 발기력 향상이 관찰되면서 용도가 바뀐 약이다.발기 약들의 기본적인 작용기전은 동일하다. 발기 현상은 음경의 발기해면체에 혈류가 충만해 생긴다. 음경혈관 확장을 유발하는 cGMP는 PDE효소를 분해하는데 발기 약은 바로 이 효소의 억제제다. cGMP 분해를 방해해 지속적인 cGMP 작용에 따라 발기가 유지된다.

부작용도 cGMP가 다른 혈관에도 작용하다보니 생긴다. 두통, 안면홍조, 충혈, 코막힘, 메스꺼움, 가슴 두근거림, 심장부하 등 가벼운 부작용에서 심각한 사망까지 위험성은 상존한다. 약에 따라 근육통도 발생하는데 일반인은 이를 성행위에 따른 몸살로 오인한다. 2003년에는 망막혈관 손상과 시력 손실의 부작용 문제가 미국 의학계의 뜨거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약의 선택과 사용에 있어서 전문의의 처방과 관리가 필요하고, 생산 과정이 불투명한 짝퉁 약제들은 더욱 위험한 것이다.

통상 발기약은 성행위 30분 전에 복용하고 4~36시간 약효가 지속된다. 지속시간이란 발기가 그만큼 계속된다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간 내에 성 흥분이 있으면 약효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발기약들은 화학 구조의 차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특성을 갖는다. 비아그라는 4시간 지속되고 그동안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려 통계적 안정성이 확보된 약이라 할 수 있다. 레비트라는 4시간 지속에 강한 발기 효과로 당뇨 등 합병증이 있거나 다소 심한 발기부전일 때 효과가 있다. 시알리스는 지속 시간이 36시간으로 젊은 층이나 주말에 성행위를 반복하는 경우 비교우위가 있다. 12시간 지속되는 토종 신약 자이데나는 다른 약들의 장단점 중간에 위치하며 근래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다른 신약 엠빅스도 시장에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발기약의 발전은 사회적 부작용도 초래했다. 또 발기약을 복용했다고 저절로 발기되는 것이 아닌데(시각·촉각 등 자극과 뇌 흥분이 선행돼야 함) 왜 발기가 안 되느냐는 오해, 무조건 약만 장복하면 성기능이 향상될 것이란 맹신, 과량 복용하면 더 강력할 것이란 위험천만한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 지나치게 약에 의존해 약이 없으면 발기가 안 될 것이란 심리적 의존에 빠질 수도 있다. ‘발기약에 반응이 없으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발기부전’이란 착각으로 실제 전문적인 치료를 포기한 채 자포자기에 빠진 사례도 많다.

발기약은 대개 일시적 발기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전문 치료가 필요한 발기부전 환자가 발기약에만 의존하는 현상은 원인 치료가 부실해지는 맹점이 발생할 수 있다. 발기부전 초기에 혈관·호르몬·신경·심리적 원인 등 근본 원인을 제쳐놓은 채 약으로 일회적인 발기에만 급급하다 보면 결국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먹는 조루약도 등장
비아그라가 가져온 가속도 때문인지 불과 10년 만에 우리는 또 다른 혁명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성의학 전문가에게 처방되던 세로토닌 계열의 조루약이 드디어 좀 더 수월한 형태로 등장한 것이다. 성분명이 다폭세틴으로 알려진 경구용 조루약은 남성의 가장 흔한 성기능 장애인 조루 문제를 구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성이 정상적으로 사정에 이르는 시간(5~7분)에 비해 너무 일찍(대개 1~2분 이내) 사정해 버리는 조루는 사정중추와 교감신경의 지나친 반응이 주원인이다. 조루약은 뇌의 사정중추를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안정화시킴으로써 사정 지연 효과를 보게 된다. 이전에 조루에 사용하던 마취제나 감각을 저하시키는 방식은 문제를 덮어버리는 꼴이었다. 쉽게 말해 마비시켜서 못 느끼므로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올바른 성행위란 쌍방이 즐거워야지 여성의 만족을 위해 남성이 감각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루는 현재 약물치료와 행동요법을 병합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치료법이다. 조루약만으로도 일시적인 사정 지연 효과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조루약의 영향은 지대하다 하겠으나 발기약이 그러했듯 한계는 있을 수 있다. 해당 약의 일회성 복용만으로 문제 자체가 완전 치료되기를 기대한다면 이는 과욕이다. 현재 성의학은 상당히 다양한 방법으로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각종 심신의 원인에 대한 약물치료, 호르몬치료, 심리치료, 성치료 등 각 치료법을 체계적으로 잘 통합해 응용할 줄 아는 전문가를 만나면 치료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또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듯 천연 비아그라는 바로 운동과 숙면, 비만·성인병·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성행위 자체다. 의학적으로 적절한 수준의 성생활은 심신 건강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며 친밀감과 유대감을 키우는 훌륭한 정서적 영양제다.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내버려 두거나 회피하기엔 성생활은 인간에게 너무나 중요한 삶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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