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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대출 1258억 갚아 … 기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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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GM대우가 16일 만기가 된 대출 1258억원을 산업은행에 갚았다. 자금은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GM대우의 안정적 성장에 대한 보증이 없으면 원칙대로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산업은행의 입장이 관철된 것이다.

대출금을 일부 갚은 GM대우는 별로 당황하는 기색은 없다. GM대우와 산은의 협상은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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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싸움=이날 GM대우는 은행 마감 시간이 한참 남은 오후 2시쯤 대출금을 갚았다. 협상용 카드가 아니냐는 일부의 예상과 달리 산은은 만기가 돌아온 대출금을 받았지만 GM도 돈을 구하느라 허둥대지 않았다. GM대우 측은 “영업과 수출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서 나온 내부 자금”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산은에 진 GM대우의 빚은 1조37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연말까지는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없다. 1조3762억원은 2011년부터 4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50억 달러어치 선물환 계약이 있지만, 수출 대금으로 매월 결제가 가능한 수준이고 원화가치가 올라 부담도 줄었다.

두 번째 기싸움은 21일 청약이 끝나는 유상 증자다. 산은은 참여하지 않는다. 문제는 유상 증자로 GM이 더 강력한 지배권을 행사하게 되는 점이다. GM이 현재 지분(50.9%)만큼만 유상증자를 하면 2500억원이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GM의 지분은 63%가 된다. GM이 산은 등 나머지 주주의 몫까지 가져가면 4911억원이 들어가고, 지분은 70.1%가 된다. 이 경우 산은 몫은 17%다. 주요 주주인 스즈키와 상하이자동차도 모두 GM 계열사다.

◆시간 싸움=지난주 민유성 행장은 “야구로 치자면 GM 문제는 3회 말 정도 왔다”고 말했다. 프리츠 핸더슨 GM 회장이 다녀가면 진전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산은 고위 관계자는 “3회 말 그대로”라고 말했다.

양측은 모두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다. 경기가 호전되면서 GM대우는 당장 살고 죽는 상황에선 벗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4~5년 후다. 산은은 기껏 지원했는데 ‘먹튀’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이 크다. 핸더슨 회장은 이번 방한에서 GM대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중국에선 “중국을 회생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산은은 GM대우가 성장을 위해 신차 개발 등을 하려면 산은 요구를 계속 모른 척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지고, 원화가치가 계속 상승하면 GM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더 커진다. 당사자 간 협상을 뛰어넘는 정치적 해결의 가능성도 있다. ‘자금 지원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15일 이명박 대통령과 핸더슨 회장의 만남에 대해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 공학과 교수는 “구제 금융으로 인해 GM은 미국의 국영기업이 된 상태”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와 GM대우 문제가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녕·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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