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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운동능력 근력외에는 '男부럽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남성 전유물로 여기던 운동분야에 대한 여자들의 도전이 거세다. 얼마전 미국에서는 성(性)대결 권투 경기가 열려 관심을 끌었는가 하면, 지난 주말 서울랜드에는 여성 투우사가 등장, 눈길을 붙잡았다. 웬만한 남성을 능가하는 체력을 과시하는 스포츠 우먼의 도전과 한계를 과학으로 풀어본다.

철인(鐵人)들의 각축장으로 불리는 3종 경기는 최근 서구와 일본을 중심으로 여성들로부터 급속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운동. 잇달아 수영(1.5㎞).사이클(40㎞).달리기(10㎞)를 잇달아 하는 이 운동에서 상위에 입상하는 여성 철인들의 기록은 2시간 안팎. 남성에 10분 정도밖에 뒤지지 않는다.

철인 3종 경기는 지구력.근력.순발력 등 고른 운동 능력을 요구하는 스포츠. 이 분야에서 여성들의 기록은 지난 10여 년 동안 10분 이상 단축됐다. 반면 남성의 기록 단축은 5분 안팎에 머물렀다.

과연 여성의 운동능력이 남성을 넘어설 것인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개를 가로 젓는다.

삼성스포츠과학연구소 안병철(安炳喆)박사는 "운동능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근력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을 누르기 힘들다" 고 말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같은 체중의 남성에 비해 상체의 힘은 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리는 예외여서 거의 맞먹을 정도. 그러나 근육이 취약하다고 해서 모든 운동에서 여성이 열등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여성 골퍼 로라 데이비스는 2백80야드를 넘나드는 비거리로 남성 골퍼의 기를 죽인다. 삼성병원 박원하(朴元夏)박사는 "순간 스피드가 중요한 운동에서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며 여성은 유연성이 월등 앞선다고 말했다. 이는 골격구조 때문. 특히 골반 중심으로 회전 가능한 각도(치골하각)는 남성이 90도 정도인 반면 여성은 1백도에 이른다.

김미현이나 박세리가 장타를 치는 것도 이런 유연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또 운동능력을 좌우하는 제1요소인 심폐지구력에서 여성이 남성에 밀리지 않는 것도 남성에 대한 도전을 가능케하는 요인. 朴박사는 "심장과 폐의 절대적인 크기는 남성이 앞서지만 체중 대비로는 남녀 차이가 거의 없다" 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여성 스프린터로 꼽혔던 미국의 게일 디버스가 서울 올림픽에서 1백m를 10초49에 주파해 남성을 무색하게 만든 데는 심폐지구력이 남성 못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버스의 기록은 국내 남성 최고기록인 10초34와 엇비슷하다. 安박사는 "1백m 선수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다" 며 "유전적인 운동능력이 여성은 남성보다 뒤진다고 획일적으로 말할 수 없는 좋은 예" 라고 설명했다.

여성 특유의 체형도 운동능력을 저해하지 않는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볼록한 가슴이나 큰 골반도 운동역학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하지만 성(性)분화에 따른 차이는 여성이 영원히 극복하기 어려운 핸디캡이다.

이런 차이는 사춘기부터 뚜렷해지는 호르몬 분비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근육강화를 돕는 반면, 여성호르몬은 오히려 이를 제한하는 등 불리한 쪽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남녀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 차가 개인차보다는 적다는데 주목하라고 지적한다.

朴박사는 "여성 상위 5% 대(對)남성 상위 5%, 이런 식으로 비교하면 여성이 뒤진다. 그러나 최상급 여성 대 상위급 남성 식으로 비교하면 여성이 결코 밀리지 않는다" 고 말했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우쭐댈 수 없는 세상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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