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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개정안] 인권 보장 강화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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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게 된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법무부 임채진 검찰국장은 29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모든 단계에서 인권 침해 소지를 없애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실체적 진실 규명'을 이유로 검찰 등이 강력히 요구했던 참고인 강제구인제와 허위진술 처벌죄 등은 개정안에서 빠졌다.

◆ "방어권 대폭 강화"=검찰이나 경찰이 피의자를 조사할 때부터 변호인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선진국에도 없는 획기적인 조치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수사기관의 내부 지침으로만 돼 있어 잘 지켜지지 않던 것을 법률로 정해 '피의자의 권리'로 격상시킨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는 피의자가 구속된 이후에만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수사관이 조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변호인의 참여권'을 알리지 않거나 부당하게 이를 제한했을 경우 법원은 조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또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와 구속된 사람 전원(별도로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은 제외)에게로 국선변호인 제도를 확대키로 한 것과 보석보증금이 없어 보석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도 다른 사람의 출석 보증을 통해 풀려날 수 있도록 한 것은 '돈 없는 것이 죄'가 되는 잘못된 풍토를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모든 피의자에 대한 실질심사를 의무화함으로써 '판사의 얼굴도 못 보고 구속'되는 일도 사라지게 됐다. 이는 "구금된 사람의 즉시 법관 대면권을 보장하라"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긴급체포 시한인 48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범죄 증거가 확보되는 즉시 구속영장을 청구토록 한 것과 요건이 서로 다른 석방제도를 통합한 것도 인권 보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불복 절차 확대"=법원의 결정이나 검찰의 사건 처리에 대한 불복 절차도 크게 확대됐다.

구속영장이 발부되거나 기각됐을 경우 검사나 피의자가 상급법원에 이의를 제기(준항고 제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검찰이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피의자는 일단 석방토록 했다. 그러나 일본 등에서는 검찰이 이의를 제기하면 피의자는 최종 결정 때까지 석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경우 고등법원에 낼 수 있는 이의신청(재정신청)을 수사기관 종사자의 직무 관련 범죄 전반으로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

지금까지는 검사의 직권남용이나 불법체포 감금, 독직폭행과 공직선거법 등 일부 특별법 위반죄에 한정됐었다. 이로 인해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수사"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었다. 이에 개정안은 형법상 직무유기나 피의사실 공표, 비밀 누설, 선거방해 및 특별법 위반 7개 죄 등 11개 범죄를 재정신청 대상으로 추가한 것이다.

◆ 형사 사법 절차 신속화=검찰의 기소 후 첫 재판이 열리기 전에 피고인 측이 검사가 수집한 증거를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했다. 피고인 측이 재판 전에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변호인 외에 피고인과 가족 등도 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참고인 진술 번복을 막는 데 이용됐던 첫 재판 기일 전 검사의 증인신문청구제도도 폐지된다. 법관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외적으로 인정되던 피고인 불출석 재판도 대상을 확대했고 복잡한 민사소송절차를 따라야 했던 벌과금.추징금 집행제도도 국세 체납 사범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직접 재산 압류, 공매 등을 할 수 있도록 바꿨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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