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기는 뒷전 '마음은 콩밭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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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김정행 유도회장은 11일 버밍엄에서 벌어진 현대세계유도선수권대회 도중 황급히 경기장을 박차고 나갔다. 지난 10일 서울에서 발표된 신당 창당발기인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김회장은 기자에게 '인터넷을 통해 한국신문을 볼 수 있겠느냐' 고 요구하다가 접속시간도 아까웠는지 선수단장의 휴대폰을 빌려 서울에 전화를 했다.

창당발기인 중 체육계 인사에 황영조와 김정행이라는 이름이 확인됐고 김회장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용인대 총장과 유도회 회장직을 맡아 선수출신으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김회장이었지만 정치인으로의 '신분변화' 에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한국 유도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전기를 맞고 있었다. 양궁.레슬링과 더불어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의 기둥종목 유도가 이날 끝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1년 이후 18년만에 최악의 성적(은1개.동메달 2개)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노골드' 는 충격이다. 선수들의 처져있는 어깨와 '경사' 를 맞은 김회장의 표정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 김회장이 너무 정치에만 관심을 쏟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씁쓸했다.

과연 김회장이 용인대 출신과 비용인대 출신간의 해묵은 갈등, 노골드 국가로 전락한 한국유도의 난맥상을 풀어나갈지 우려된다.

버밍엄〓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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