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지킴이들] 건설현장 근로자들 일본어 '용어 바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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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 '와꾸' 의 우리 용어는 '틀' 입니다. 자 따라해 주세요. " 8일 오전 6시5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건설 아셈타워 건설현장.

'우리말 사랑' 이라고 쓰인 완장을 찬 2백여명의 근로자들이 아침 일에 들어가기에 앞서 선창자의 구호에 따라 "틀, 틀, 틀" 을 힘차게 외쳤다.

이곳 근로자들은 지난 6월부터 일본어에서 빌려온 표현만 9할이 넘는다는 공사판 용어를 한글로 바꿔 부르는 운동을 벌여왔다.

근로자들은 한글 실력을 측정하기 위한 '쪽지 시험' 도 치른다. 1등에겐 1만5천원짜리 도서상품권이 돌아간다. 반면 무의식 중에라도 일본어를 쓰면 5백원을 돼지저금통에 넣어야 한다.

전국의 건설현장 곳곳에서 '우리말 쓰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화성건설 아파트 건설현장에선 한글을 쓰지 않으면 다소 '가혹한 제재' 를 받아야 한다.

회의 도중 일본어를 사용한 사람은 '외래어 추방하자' 라고 쓰인 빨간 리본을 달아야 하고 그 횟수가 세번을 넘으면 5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전남 목포시 청도건설 간호대학 건설현장에선 '홍보물 부착 작전' 이 벌어지고 있다. 식당.화장실.사무실.계단입구.개인사물함 등 눈에 띌 만한 곳엔 '가란→수도꼭지' 등의 홍보물을 붙여놓고 있는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한글 쓰기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 것은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張永壽)가 지난 4월 순화대상 용어 3백92개를 정해 각 건설현장에 보내면서부터.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측은 '가이단' '사게후리' '게코미' 를 '계단' '수직추' '디딤판' 으로 바꿔 불러줄 것을 회원 건설사를 통해 호소했다.

한글협회는 한글날(9일)을 맞아 한글쓰기 운동에 기여한 점을 인정,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에 공로패를 전달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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