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국제환경박람회 학생 '동원'요청 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99 하남국제환경박람회' 가 준비소홀과 홍보부족 등으로 관람객이 극히 저조하자 주최기관인 하남시와 박람회조직위원회가 각급 교육청을 통해 관내 1천여개 초.중.고에 협조공문을 보내 학생 '동원' 을 요청, 학부모.교사.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5일 박람회조직위측에 따르면 폐막을 보름 남긴 현재까지 관람객은 18만여명으로 당초 예상 관람객 1백50만명의 12%에 불과하다.

박람회는 1백63억원의 예산 중 55억원(국고 20억.경기도 15억.하남시 2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비 1백8억원을 하남시가 1백50만명의 입장료 수익으로 충당한다는 조건으로 지난 1월 환경부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교통이 불편한데다 홍보부족으로 참가업체가 당초 20개국 3백여개 업체에서 11개국 1백48개 업체로 절반이나 줄고 관람객도 예상에 크게 못미쳐 현재 입장수익은 고작 7억원 정도밖에 안된다.

여기에다 하남시가 지원하기로 돼있던 15억원을 시의회에서 통과시켜 주지 않아 지급이 보류된 상태여서 돈을 받지 못한 행사장 건설업체와 참여업체 등의 거센 반발까지 일고 있다.

이같이 상황이 곤혹스러워지자 하남시 등은 경기도교육청을 통해 지난달 중순부터 일선 학교에 "박람회에 학생들을 관람시켜줄 것" 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후원기관인 환경부도 5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공문을 발송, 학생참여를 유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내 학교들은 지난달 '희망학생에 한해 박람회 관람을 시킬 계획' 이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 수십만통을 발송했다.

하남시 B초등학교는 1천여 학생 집에 통신문을 보내 지난달 22일 5학년 학생 2백80여명이 관람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교육청과 시측에서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요청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대도 많아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고 말했다. 또 광주군 K초교는 4일부터 6일까지 1백50명을, 분당 B초교도 5일 90여명을 관람시켰다.

하남시 H고는 일부 전시관이 개장도 안된 상태에서 1천여명의 학생 중 8백여명이 관람했다. 인천 J고 관계자는 "조직위와 시교육청으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며 "7일까지 중간고사를 끝낸뒤 학생관람 여부를 결정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박람회 입장료는 성인 1만원.학생 7천원(단체할인 4천원)이다.

학부모 朴모(47.하남시 덕풍동)씨는 "환경교육도 좋지만 학교에서 억지로 박람회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래(金庸來)조직위원장은 "행사기간 중 태풍 등 날씨가 나빠 관람이 저조했지만 예매자가 70만명 이상 돼 1백만명 확보는 가능하다" 고 말했다.

하남시 관계자는 "공익성 등을 감안해 학생들에게 환경 현장을 관람시키려 한 것일 뿐 동원한 게 아니다" 고 해명했다.

한편 환경부와 하남시는 5일 박람회 조직위의 간부 金모(55)씨가 행사장 건설업체.공연 참가업체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공금 일부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감사를 벌였다.

환경부 등은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金씨의 자진사퇴를 유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